하지만 김장철 대목을 맞아 활력이 넘쳐야 할 가락시장은 을씨년스러웠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까지 번지면서 밑바닥 경제에 냉기만 흘렀기 때문이다. 우연치 않게 대통령을 마주한 상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통을 호소했다. "장사가 너무 안돼서 못 먹고 살 정도예요" "진짜 장사가 안돼요. 서민들 잘 살게 해 주세요"
배추를 싣고 올라온 농민들과는 난로 옆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농자재 값은 인상됐는데 농산물 값은 최하"라는 하소연에 이 대통령은 "비료 값, 기름 값 다 올라 최악인데, 내년에는 좀 좋아질 것 같다"고 다독였다. 그러면서 "농민들이 다 죽어 가는데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이권에나 개입하고 엉뚱한 짓을 한다"고 농협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박 할머니의 눈물이 마음에 밟혔는지 이 대통령은 해장국 집에서도 말을 이었다. "박 할머니가 대통령이 잘 되길 바라며 기도한다는 데 눈물이 난다.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기도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기도한다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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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해장국 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사인을 해 준 뒤 6시30분쯤 청와대로 향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약 1시간에 걸친 가락시장 방문을 통해 이 대통령은 싸늘하게 식은 바닥경제 현실과 서민들의 힘겨운 삶을 새삼 확인했다고 한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는 목숨까지 던지겠다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는 결연한 자세를 다시 한 번 다졌다고 한다.
"전대미문의 위기에는 전대미문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공직자 중 어느 누구보다도 이번 위기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있는 이 대통령이지만 이날 가락시장 방문을 통해 더더욱 심기일전하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