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생보업계 구조조정 촉발

더벨 더벨 특별취재팀 2008.12.0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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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生保산업] 외국사 몰락·점유율 재편·운용수익 악화

편집자주 생명보험산업이 격변기에 들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 증권업이 한파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어 생보업계마저 변화의 소용돌이에 들어선 것이다. 생명보험은 '투입'과 '산출'에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긴 독특한 금융산업이다. 10~20년에 걸쳐 보험료를 내고, 20~30년이 지나야 보험금을 받는다. 금융의 논리 외에 불확실성과 통계까지 고려해야 한다. 다른 금융 시스템보다 안정성이 훨씬 더 강조되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보험산업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삼성 대한 교보생명 등 이른바 빅3 생보사를 제외한 중견생보사와 외국계생보사들의 시장점유율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외국계 생보사들은 자랑스레 내걸었던 본사의 이름 탓에 오히려 영업이 붕괴되고 있다. 채권값 하락과 주식시장 붕괴로 자산운용 수익률도 급락하고 있다. 보험사별로 시장점유율이 바뀌는 건 산업 내부의 문제일 뿐이지만 영업조직이 무너지고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건 보험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비화될 수도 있다.

이 기사는 12월01일(09:1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역마진 재연되나



1990년대까지 대형 생보사들은 역마진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보험금 지급 이자(예정이율)가 자산운용수익률보다 높아 장사를 할 수록 손해를 입었다. 고정금리로 판매했던 저축성 보험을 변동금리 보장성보험으로 바꾸는 캠페인까지 할 정도였다.

비슷한 현상을 다시 마주하게 될 것 같다. 이번엔 외국계생보사들과 중견 생보사들이 문제다. 특히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외국계 생보사들은 심각한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다. 5% 대 고정금리로 연금보험을 판매했으나 1% 대 수익률을 보이는게 고작이다.



주식 비중이 높은 중견 생보사들도 문제다. 수익증권, 직접 주식 투자로 심각한 투자 손실을 본 회사도 많다. 해외 파생상품에 손을 댔다가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은 곳도 눈에 띈다. 자산운용 수익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생보사들의 자산건전성은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

RBC제도

위험기준 자기자본 제도 RBC의 도입 여부도 생보업계의 변화를 가져올 주요 변수다. RBC제도란 보험회사에 내재된 각종 리스크를 측정해 이에 맞는 자기자본을 보유토록 하는 제도다. 현행 지급여력제도는 자산운용리스크와 보험리스크를 단순하게 산출하는 데 비해 RBC제도는 실질적인 보험사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볼 수 있다.


RBC제도가 시행되면 150% 대 지급여력비율을 보이던 보험사들의 재무안전성이 100% 미만까지 떨어질 수 있다. 자본확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슈가 되는 셈이다. 자산운용 수익률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데다 더욱 강화된 기준이 도입되면 일부 생보사들은 도태할 수도 있다.

외국계 생보사의 추락



생보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외국계생보사들의 움직임이다. 오랜 역사와 선진 금융기법을 광고하며 승승장구하던 외국계 생보사들은 올 들어 일순간에 위험한 회사로 낙인이 찍혔다. 지사 형태로 진출한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은 해외 리스크를 그대로 떠 안는다. 본사의 자금난이 가중될 경우 국내 지사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 해외 리스크는 현실이 되고 있다. 신계약은 줄어들고, 기존 계약이 줄해약되는 사태도 있었다. 외국계 생보사들은 이대로 한국시장에서 패배자가 될 것인가.

독(毒)이 된 변액보험



변액보험은 중견생보사들과 외국계 생보사들의 급성장 배경이었다. 펀드처럼 수익률이 변하는 변액보험은 주식 시장 활황을 배경으로 중견 생보사들이 주력한 시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주가 하락과 채권 금리 급변동으로 변액보험의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변액보험은 독(毒)이 되고 있다. 자산가치가 하락한 고객들이 변액보험 해약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보험사와 신규 거래를 끊고 있기 때문이다. 변액보험 수익률 뿐 아니라 전체 보험 영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변액보험 문제는 영업조직 붕괴로까지 이어진다. 일부 생보사들의 영업조직은 집단 이탈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신규 영업이 안 되는 이상 새로운 조직으로 옮기는게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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