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직원의 퇴근 시간엔 무슨 일이…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8.11.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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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방지 위해 검문.."시대에 안 맞는다"는 지적도

지난 27일 저녁 9시경 명동 신세계 백화점 내 지하 1층 출구. 백화점 문이 닫힌 후, 일을 마친 매장 및 본사 직원들이 종종 걸음으로 쏟아져 나왔다.

'동선'이라 불리는 단 하나의 출구 앞에는 검은색 양복의 보안 직원이 서 있었다. 그는 물건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반출증' 혹은 '영수증'이 있는지를 점검했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검문을 '서치(search)'라고 부른다.



보안 직원은 검문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개점 시간 중에 고객으로 들어와서 직원인 것처럼 위장해 있다가 물건을 훔쳐 나가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백화점 규정에 따라 실시하는 조치"라며 "소지한 가방 속까지는 모두 들여다 보지는 않고 쇼핑백만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백화점이나 할인점들이 실시하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매장 근무 직원은 물론, 매장과 직접 관련이 없는 본사 직원까지도 예외 없이 실시하는 조치라는 게 이 보안직원의 설명이다. 그래도 본사 직원들의 경우 평소 얼굴을 익혀둬 야근하고 퇴근하는 직원들은 요령껏 서치를 생략하지만, 수많은 직원의 얼굴을 모두 알 순 없기 때문에 일부 본사 직원들은 검문을 받기도 한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대인 판매를 위주로 하는 백화점의 특성으로 인해 상품마다 모두 전자태그(RFID)가 붙어 있지 않아 자동으로 반출 물품을 점검하는 통과문을 설치해도 소용이 없다"며 "대부분 상품에 RFID가 붙어 있는 할인점에서도 이를 강제로 떼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서치를 꼭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 같은 서치에 대해 "고객으로 위장한 절도범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있으나, 직접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생활용품이 많은 백화점의 성격상 매장 직원들에게 사전에 절도 등 불순한 의도를 품지 말도록 경고하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대업의 성격을 띄는 백화점 사업의 특성으로 인해 매장에는 협력업체들이 맡긴 많은 물건이 있고 본사 직영 사원 외에도 많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상주하는 데, 이들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을 맡은 백화점 입장에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매장 내 계약직 판매 직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조치가 될 수 있으며 '첨단 정보기술(IT) 시대'에도 뒤떨어진 관행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매장과 점포가 바로 붙어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백화점이나 할인점 매장에는 계약직 판매 직원이나 협력업체 직원들만 주로 상주하며 이들은 퇴근 시 꼭 검문을 받아야 한다.

여러 곳의 점포에서 일해 봤다는 신세계 이마트의 한 주부 판매 직원은 "매장에 따라 검문의 강도가 조금씩 다르다"며 "핸드백까지 다 열어서 보여줘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미리 검사증을 미리 받아두지 않으면 집에서 쓰다가 가져온 간단한 화장품도 일일이 확인을 받아야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엔 매장 직원들의 동선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데다 수량관리도 철저하며, 상품보호를 위한 폐쇄회로(CCTV) 등도 잘 갖춰져 있다"며 "서치는 요즘 시대와는 다소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매장 직원들은 물품 보호라는 명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치에 잘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백화점의 검문 조치는 개별 기업의 물품보호와 직원 윤리라는 차원에서 그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직원 신분이나 지위 고하에 따른 과도한 인격 침해가 발생할 소지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검문보다는 오히려 물품 보호용으로 제한해 사용돼야 할 CCTV나 첨단 IT보안장치가 자칫 직원의 사적인 영역까지 침해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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