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극약처방도 서슴지 말라"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1.2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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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향후 2~3개월 중요, 한은 소극적 자세 불확실성 키워"

이헌재 "극약처방도 서슴지 말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28일 "위기 국면에서는 상황을 압도할 정도의 단호하고 충분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극약 처방'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부총리는 이날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원장 정운찬) 주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처방' 강연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전부총리는 외환위기 직후 금융감독위원장으로서 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주도한 뒤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내면서 신용불량자 문제 등을 처리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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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장실패가 있을 때 정부가 머뭇거리면 안 된다"며 "사회적 논란이 두렵다고 또는 명분이 부족하다고 명분을 축적하다보면 사태가 악화되고, 사후적 수습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숭례문 화재'를 예로 들면서 "화재를 초기진화했다면 기왓장 몇장만 불탔겠지만, 결국 다 타고 말았다"며 "지금도 자칫하면 비슷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부총리는 "작은 희생은 감수하고, 웬만한 걸림돌이나 반대를 무릅쓸 수 있는 정책당국의 용기가 필요하다"며 "이념이나 명분에 얽매이면 안 되고 실용적 대안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책은 가능하면 패키지로 한꺼번에 내놔야 한다"며 "특히 입법사항이 있으면 국회에 내놓고 며칠내 통과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부의 판단보다는 시장의 반응과 평가가 더욱 중요한 만큼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며 "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이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부총리는 재정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되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한다"며 "재정확대는 시장안정, 서민안정부터 추구하면서 구조적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재정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체체와 관련, 그는 "금융정책당국의 상호견제가 비상시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걸림돌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이원적인 감독체제 △중앙은행과 정부의 엇박자 △위기 상황에서도 중앙은행의 독립성만 강조하는 듯한 한은의 소극적 자세 △부처간의 자기 업무 챙기기 또는 책임 떠넘기기 등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국민의 위기의식을 가중시킨다고 그는 지적했다.

최근 국내 금융불안의 원인에 대해 이 전부총리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2003년 신용불량자 사태, 카드 사태처럼 조만간 현실문제로 대두되도록 예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의 금융불안은 글로벌 위기가 국내에 내재된 불안요인들과 결합돼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그동안 경상수지 등 기초수지가 급속히 악화됐고,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악화로 은행 자본공급이 어려워졌다"며 "대출이 소비자중심으로 바뀌었고, 운용자금 대출 대신 변형된 형태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늘어난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은행의 유가증권 투자가 늘어난 것도 시장 가격변동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였다고 그는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해외투자를 촉진한 것, 외화 장기차입을 억제하느라 외화 단기차입 비중을 늘려 부채의 미스매칭을 초래한 것도 문제도 지목됐다.

서민층을 지원하고, 중산층을 육성하는 적극적 경제정책 대신 주택가격 억제처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소극적 정책을 편 것도 시장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뜨렸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 전부총리는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처럼 위기가 터져버린 상황이 아니라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미봉책으로 현재의 위기를 넘기려 한다면 일본처럼 장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정책을 실기하고 잘못된 정책을 펴면 바로 경제파국으로 갈 수 있다"며 "특히 앞으로 2∼3개월 동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MTN에서는 이헌재 전부총리 강연을 녹화중계합니다
방영시간 - 29일(토) 오전 8시 오후7시, 30일(일) 오전8시, 오후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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