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형마트, '美쇠고기' 열어보니

김희정,박희진 기자 2008.11.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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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첫날, 미국산이 호주산 앞질러… 안전성 우려 완화된 듯

"아니 우리 식구 30년 동안 미국에서 LA갈비 먹으며 살았다고. 싸고 맛있는데 뭐."

미국산 쇠고기 판매 반대 시위가 마무리된 오후 2시경 이마트 용산역점의 식품 매장. 이 곳 수입육 판매 부스엔 미국산 쇠고기가 호주산과 나란히 구비돼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이명근 기자ⓒ사진=이명근 기자


육십 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한 가정주부는 '진짜' 미국산 LA갈비를 내놓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호주산을 미국산이라고 속여 파는 데도 있다니까. 난 꼭 미국산이 좋아요. 그냥 갈비 말고, LA갈비를 달라고." 그는 나이와 소속을 밝히지 않은 채 LA갈비만 손에 쥐고 카트를 끌며 유유히 매장 속으로 사라졌다.



◇시민들 상당수 "美 쇠고기 살 의향 있다"=용산 주민이라고 밝힌 김모씨(49)는 "가격이 싸면 미국산을 사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 일단 호주산은 확실히 미국산보다 고기 맛이 덜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호주산 찜용 갈비가 할인가격으로 100g 당 99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미국산은 찜용 갈비(초이스급)는 100g당 2680원에 팔리고 있었다.



경기도에 산다는 또 다른 40대의 전업주부는 "미국산 쇠고기를 살 계획이 있다. 일단 먹고 판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용산 아이파크백화점 1층을 경유, 지하 1층 이마트 매장으로 진입하려던 시위대는 최영두 이마트 용산역점장과의 면담이 성사된 후 해산했다.

ⓒ사진=이명근 기자ⓒ사진=이명근 기자
시위를 지켜보던 한 이마트 매장 직원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다 먹고, 안 먹으면 다 안 먹어야 되지 않겠느냐.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수입육 매장 맞은편에서 한우를 파는 익명의 판매 직원은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팔리니, 상대적으로 한우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간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말끔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시위를 지켜보는 시민들도 예년과 달리 방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시위 시간이 평일 낮이라 젊은 연령층이 현장에 없었다는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낮 이마트 용산역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평균 연령대는 50~60대가 다수였다. 주로 50~60대 주부들이 많았지만, 60~70대로 보이는 남성들도 적지 않았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비가 내리는데다 오전에는 손님이 뜸했고 오후 2시 이후부터 손님이 늘기 시작해 미국산 쇠고기 판매대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남편과 함께 장 보러 나온 주부 김모씨(아현동 거주)는 "한우를 선호하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보기 위해 구입했다"며 "안정성에 대한 걱정은 안 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이마트나 홈플러스와 달리 냉장육도 판매해 냉동육 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냉장육이라는 이점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았다.

◇판매 첫날 성적, 미국산이 호주산 앞질러=익명을 요구한 롯데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 사원은 "작년에 미국산 쇠고기를 처음 팔 때처럼 폭발적인 반응은 없지만 많이들 찾는 편"이라며 "한우 매출도 평소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돼지고기 판매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 돼지고기 판매사원은 "돼지고기를 사러 왔다가도 미국산 쇠고기가 가격이 더 싸니까 미국산 쇠고기로 발걸음을 옮기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까지 전국 119개 이마트 점포에서 팔린 미국산 쇠고기는 7.2톤으로 호주산(5톤)을 앞질렀다. 홈플러스에서는 오후 1시를 기준으로 미국산이 3.4톤 판매돼 호주산(1.9톤)을 앞질렀다. 미국산 쇠고기 중 LA식 갈비는 1.5톤, 부채살 0.8톤, 척아이롤이 0.6톤 팔렸다.

롯데마트도 오후 1시 기준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2톤 팔렸고 호주산 판매량은 0.7톤에 그쳤다. 돼지고기는 3.4톤 팔렸고 한우는 2톤으로 나타났다. 호주산 쇠고기는 전주 대비 6% 늘었고 돼지고기는 4%, 한우 판매량은 변동이 없었다.

이마트 축산팀 관계자는 "평일이고 특별한 홍보나 판촉행사가 없었는데 이 정도라면 기대 이상"이라며 "향후 호주와 미국의 육류협회 간에 치열한 마케팅전이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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