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로드'로 본 해운업계 위기

더벨 전병남 기자 2008.11.27 14:05
글자크기

[thebell note]10년전 악몽 또 오나…"위기 관리 신경 썼어야"

이 기사는 11월26일(08: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때 3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자랑하던 중견해운업체 파크로드엔 현재 20여 명의 직원만이 남았다. 이들은 월급도 반납한 채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일하고 있다. 용선(배를 빌려 영업하는 것)했던 배도 다 돌려보냈다. 지금은 자신들이 소유한 10여 척의 배로만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20위권 해운업체인 파크로드가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호황이던 해운업에 칼바람이 불 것을 예측한 사람도 적었다. BDI(벌크운임지수)가 1만1800선까지 올랐던 지난 5월 중순까지도 그랬다. 하지만 '리먼사태'가 터졌고, BDI지수는 800선까지 떨어졌다.

파크로드는 결국 해운업계 디폴트(채무불이행)의 신호탄이 됐다. 규모가 작아 주목받지 못한 해운사들도 파크로드와 함께 주저앉았다. 업계에서는 "올 해 안에 10여 곳의 해운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 , "내년 2분기에 중소해운사의 파산신청이 줄을 이을 것이다" 등 흉흉한 소문마저 돈다.



파크로드가 무너진 이유는 뭘까. 많은 사람들이 경제위기를 꼽는다. 경기가 좋다고 판단해 40여 척의 벌크선을 용선했지만, 갑자기 시장상황이 나빠지면서 위기를 맞았다는 얘기다. C&라인 등 다른 해운사도 비슷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업계 관계자들이 "불가항력"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마냥 경제위기만 탓할 수 있을까. 시장을 원망하는 분위기 속엔 일부 해운사의 미숙한 경영능력을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파크로드의 경우 톤세제(Tonnage Tax System : 해운소득에 대한 법인세 과세표준을 영업이익이 아닌 운항선박의 순톤수와 운항일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금액으로 대체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위기 관리에 신경을 썼다면 최악의 상황만큼은 면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해운업에 경험이 적은 일부 회사가 눈앞의 호황만 보고 무리하게 영업을 확장했다"고 지적한다. "특정대학 출신들이 업계를 장악하면서 시장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는 비난도 들린다.

사실 해운업계가 위기를 겪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해운업계는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위험관리에 신경을 쓰며 영업을 해야 한다"며 "10년 만에 다시 닥친 위기에 일부 업체가 쓰러지는 것을 보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선박가격이 폭락해 그리스 등 외국계 선주들이 배를 헐값에 사들인 후 몇 년이 지나 비싼 값에 우리에게 되파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10년 전에도 같은 고민을 했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