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美쇠고기 타결 5개월만에 판매

박희진 기자, 김희정 기자 2008.11.2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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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7일부터 동시 판매 개시… 수입업체들 도산 위기

대형마트, 美쇠고기 타결 5개월만에 판매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한미 쇠고기 수입협상이 최종 타결된 지 5개월 만에 '판매' 대열에 합류키로 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회장 이승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회장)는 오는 27일부터 자율적으로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한다고 25일 밝혔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말 마라톤 회의 끝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 최종 합의에 도달했지만 대형마트는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반발 여론에 판매를 재개하지 않았다.

수입 협상 타결 이후에도 식품 유통의 최강자인 대형마트가 판매에 나서지 않자 '판로'를 찾지 못한 육류 수입업계는 에이미트 등 자체 정육점으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일부 수입업체들이 직접 유통에 나서는 식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해왔다.



대형마트는 올 들어 계속된 각종 식품 사고로 먹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극에 달했고 광우병 우려 등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반발 여론에 판매 재개를 계속 미뤄왔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데다 제대로 된 판로를 확보하기 못한 수입업체들이 재고 부담에 줄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되자 대형마트가 미국산 쇠고기 유통에 나서게 됐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측은 "대형마트들이 최근 국내 소비위축과 서민들의 소비생활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자유로운 구매편의와 물가안정을 위해 더 이상 저렴한 미국산 소고기 취급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산 소고기 수입업체들이 판매 문제로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도 판매재개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일부 육류 수입업체의 경우, 초도물량도 창고에 그대로 쌓아둘 정도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광림 체인스토어협회 팀장은 "그동안 고객 소리함을 통해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며 "그간 시장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며 판매시기를 미뤄왔지만 고객 요청 사항도 많았고 수입업체들도 다 협력사인데 이들 업체들의 영업난이 심해 대형마트에서 판매를 재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장동 한 수입육업체 사장은 "수입은 해놨는데 팔지를 못해 자금난에 처한 업체들이 많다. 자금 회전을 위해 원가의 절반 값으로 덤핑하는 업체도 많다. 대형마트로서는 싸게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어 나쁠 게 없다"고 밝혔다.

대형마트가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재개한 데는 호주산 쇠고기가 호주달러 강세로 가격이 올라간 것도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미국산 소고기는 자금난에 몰린 직수입업체들이 덤핑가로 시장에 풀고 있다.

이번 판매 재개 결정으로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27일부터 전점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개시하게 된다. 판매 가격은 개별 마트에서 정해진다. 각 수입업체마다 재고 물량이 쌓여있는 만큼, 물량 확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물량은 주문만 하면 바로 받을 수 있다며 27일까지 동시 판매 개시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육류수입업계는 대형마트의 판매 개시 결정을 크게 환영했다. 식품 유통의 대표격인 대형마트가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동참하는 만큼, 향후 유통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육류수입업체인 하이푸드의 박봉수 사장은 "아직도 미국산 소고기 먹으면 탈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느냐"며 "시기적으로 이제 받아들일 때도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산 소고기를 우리만 안 먹는다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 (대형마트 판매는) 정상적이지 않았던 것을 정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미트 시흥점 관계자는 "지난달에 판매가 부진했는데 미국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보다는 경기 침체로 인한 게 컸다"며 "대형마트에서 판매가 되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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