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해 회사채와 카드채 등을 매입한다는 방침을 밝힌지 이틀 만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94%에서 5.4% 수준까지 치솟았다.
시장이 채권시장안정펀드 자체가 실효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단 10조원이라는 규모부터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채권시장 규모는 1000조 이상으로 90년대말 대우사태가 터진 당시와 비교하면 배 이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채권시장안정펀드가 포커스를 맞춘 회사채와 은행채 시장에선 계속 좋지 않은 요인들이 부각되고 있어서 당장 내수경기와 은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조원이 충분한가는 의문"이라고 풀이했다.
출자를 담당해야 할 시중은행도 정부정책이 탐탁찮은 분위기다. 한 은행 관련부서에서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텨보자는 말도 나온다. 아직 살릴 기업, 퇴출 기업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18일 한국시장 투자설명회(IR)차 뉴욕을 방문 중이던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은행권 구조조정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후에도 채권시장은 휘청거렸다. 8.33% 초반이던 회사채 금리는 0.5%포인트 올라 8.8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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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고채는 매수세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연간 평균 거래회수가 1~2회인 회사채는 한번 발행되고 나면 거래가 안 돼서 금리가 내리는데 다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원인과 처방이 틀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지금 시장에서 정부 정책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수술을 해야 할 부분에 아스피린 처방만 하고 있으니 정책을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