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고수익 '재테크마인드' 버려라"

정리=전혜영기자, 사진=임성균기자 기자 2008.11.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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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장기투자 문화] (4) 전문가 좌담 (끝)

편집자주 - "내년 1분기 금리안정전망..장기투자에 희망요소" - "장기투자 근간 개인연금, 퇴직연금 방치..제도적 뒷받침 있어야 정착" - "저평가주 제값 받는데 3~10년, 흔들림없는 대단한 인내 필요" - "손실난 펀드는 자금용도, 성격에 따라 달리 대처해야"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의 상실감이 큰 시점에 지난 20일 머니투데이는 현명한 장기투자문화 정착과제를 놓고 대담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강호병 머니투데이 증권부장의 사회로 신성호 증권업협회 상무, 우재룡 동양종합금융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노후자금 마련, 가치투자, 기회 선점을 위한 길목 지키기 등 다양한 차원에서 장기투자의 효용성을 확인하고 제도적 지원과 함께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한 명제들을 제시했다. "재테크가 죽어야 장기투자가 산다" "자금의 성격,용도에 따라 결정하고 물 흐르듯 가라" "분산투자를 잊지 마라" 등이 그것이다.



장기투자문화 정착을 주제로 머니투데이가 마련한 좌담회에 참석한 인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강호병 머니투데이 증권부장, <br>
우재룡 동양종합금융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 신성호 증권업협회 상무,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장기투자문화 정착을 주제로 머니투데이가 마련한 좌담회에 참석한 인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강호병 머니투데이 증권부장,
우재룡 동양종합금융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 신성호 증권업협회 상무,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아울러 전망 면에서 희망이 있음도 강조됐다. 새 위기는 늘 크게 보이는 만큼 섣불리 포기하지 말고 여유자금이 있다면 자산축적에 나설 시기라는 지적이다.

―사회=증시 침체가 길어지면서 위기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상실감도 크고 워낙 위기의 깊이와 길이를 알 수 없다보니 장기투자의 효험에 대한 확신도 흔들리는 것같습니다. 우선 증시 환경적 측면에서 여전히 장기투자에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채원 부사장(이하 이 부사장)=지금 증시를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흔히 요즘이 IMF 환란 때보다 더 힘들다고들 하는데, IMF체제 때는 먹고 살 걱정하느라 주식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새로운 위기를 가장 큰 위기로 받아들이는 습성 때문에 지금이 전대미문의 위기처럼 느껴지지만 경기가 영원히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솔직히 저도 지금 당장은 주식 사고 싶지 않고 두렵게 느껴지지만 지나고 보면 이럴 때가 기회였던 것같습니다.

▶신성호 상무(이하 신 상무)=주식을 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금리가 좌우합니다. 금리가 높으면 돈이 다 빠져나가는 거고, 낮으면 주식시장에 투자하기 마련이지요. 따라서 주식의 장기투자를 위해서는 금리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지금 기업들의 부도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으로 금리가 안정돼 있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는 내년 1분기에는 금리가 상당히 떨어질 전망이고, 이는 결국 장기투자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겁니다.
신성호 증권업협회 상무신성호 증권업협회 상무
―사회=그렇다면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왜 장기투자를 해야 합니까.


▶우재룡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이하 우 연구소장)=각국의 투자기간을 설문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호주투자자들은 10년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개인연금이 발달한 나라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미국의 퇴직연금(401k) 만기는 59.5세입니다. 이때까지 미국인들은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돈을 부어갑니다. 장기투자 없이는 노후자금 마련도 없는 것이죠. 생애설계(life planning)를 바탕으로 한 노후자금 마련, 이것을 장기투자의 목적이자 기본으로 봅니다.



▶이 부사장=투자 대가들이 우량주 장기투자를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적 가치투자 전문회사 트위디브라운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투자수익의 80~90%는 전체 보유기간 2~7%의 기간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10년을 들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5~6개월 안에 시세가 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중요한 건 그 구간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사서 그 시세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가치투자 측면에서도 접근할 수 있죠.

가치투자란 가격과 가치간 격차가 큰 저평가 종목을 사서 그 격차가 메워지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격차가 메워지는 평균적인 기간이 3년인데 심하면 10년까지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단한 인내가 필요한 일입니다.



―사회=우리나라 투자문화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우 연구소장=미국은 장기투자에 의구심이 들 정도로 주가가 폭락했는데도 퇴직연금에서는 환매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아주 놀라운 일이죠. 대공황, 블랙먼데이, 9.11사건, IT거품 붕괴 등 일련의 굵직한 사건을 경험하면서 시장 위험을 피하지 않고 노후자산 형성의 기회로 활용한 사람이 결국 자산관리에서 성공했다는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장기투자 문화를 담는 도구가 없는 상태에서 목돈으로 또는 자발적 적립으로 장기투자를 하라고 합니다. 장기투자의 근간인 개인연금제도는 사실상 방치돼 있고 퇴직연금도 도입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수탁액이 4조원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실정입니다.

미국에서 퇴직연금이 빠른 시간에 성장, 증시의 기반이 된 것은 세제혜택이 컸기 때문입니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 개인의 합리적 판단에만 맡겨진 상태에서는 장기투자문화가 정착되기 어렵죠.



▶신 상무=투자자들이 자꾸 흔들리는 이유는 당장의 경제전망에 동요하기 때문입니다. "옆집에 불났다" 식의 소식이 자꾸 들리니 마음이 사실 흔들릴 수밖에 없지요. 장기투자를 위해서는 중장기 경제전망에 대한 나름의 믿음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국가의 중장기 경제전망 등을 증권업계가 투자자들에게 연결해주는 부분이 지금 다소 미흡한 것같습니다. 투자자들에게 흥분하지 말라고 요구만 할 게 아니라 홍보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우리나라도 장기투자에 성공할 수 있음을 엿보게 하는 증거들이 있습니까.

▶신 상무=1986년부터 우리나라가 아파트 가격지수를 발표했습니다. 86년 6월부터 올 6월까지 누적수익률을 보면 주가는 945% 올랐고. 강남아파트는 459% 올랐습니다. 장기 관점에서 보면 주식이 그 좋다는 강남아파트보다 수익률이 더 높았던 것이지요. 여기서 주식의 장기투자문화의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이 부사장=저도 희망적이라고 봅니다. 사실 지금 투자자들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굉장히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펀드환매 평균기간이 4년6개월이라고 하는데, 이건 다 레코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국은 1802년부터 약 200년간 주식이 747만배 올랐습니다. 우리도 30~50년 지나면 미국처럼 될 거라고 믿습니다.

▶우 연구소장=희망적이라고 하는 데는 동의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고령화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중 절반은 적립식으로 노후자금을 만들고 있고요. 적립식펀드를 중단하거나 망설이는 투자자들보다는 노후를 위해 꾸준히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 것으로 봅니다.

―사회=올바른 투자태도와 투자법에 대해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신 상무=장기투자를 하려면 분산투자 개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펀드의 경우 채권형, 성장형, 국내, 해외 등 다양하게 넣어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분산투자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의 부담이 적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몰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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