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금융 지원, 금리혜택은 은행만?

더벨 이승우 기자 2008.11.2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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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환가율 인하에 난색..당국 통제도 어려워

이 기사는 11월20일(12:3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수출입기업의 무역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권에 160억달러를 풀 계획이지만, 기업들은 무역어음 할인율(환가요율)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들이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외화를 지원받으면서도 환가요율 인하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일 한은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수출환 어음 매입 용도로 지원되는 3개월 만기 외화 금리는 LIBOR(리보)에 대략 240bp의 가산금리를 얹는 수준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외화 자금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3개월 만기 금리보다 50bp 가까이 낮다. 은행은 한은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으면 시장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50bp가량의 추가 이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한은의 지원 대상은 중소기업이고 수출입은행을 통해 나가는 재정부 외평기금의 지원 대상에는 대기업도 포함된다. 외국환은행들이 먼저 기업들에게 무역어음을 받고 그 액수만큼 수출입은행과 한은에 외화를 신청, 지원받는 식이다. 신청 금액 전부를 지원 받을 수 있다.



환가요율은 기업과 은행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리보에 4~5%의 가산금리를 얹어 결정된다. 이를 3.5~4.5% 정도로 낮추면 무역금융 지원의 금리혜택은 기업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은행들은 싼 금리로 외화자금을 지원받더라도 환가요율을 낮추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으로부터 어음을 받아 그 금액만큼 수출입은행과 한은에 사후 요청하는 방식에서는 할인요율 인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정부와 한은도 기업들에게 공급되는 외화의 적정 금리 수준을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국민·신한·우리·외환은행 등은 현재로서는 환가요율 변경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시장금리에 변화가 없는 이상 시장금리와 연동돼 있는 환가율에도 변화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의 외화어음만 특별히 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외환당국은 지원 금액160억달러가 충분하다고 하지만 수출과 수입 양쪽을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며 "시장 전반의 외화조달 비용이 줄지 않는한 매입외환 등 무역어음의 할인율을 낮출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수출입은행을 통해 무역금융 50억달러가 지원됐을 당시 정부는 어음할인율 가이드라인을'리보+300bp'로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지킨 은행은 거의 없었다.



이를 의식했는지 당국은 최종 수요자인 기업들에게 금리 혜택이 돌아갔는지 사후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은과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저렴하게 외화를 공급하는 대신 은행들 역시 최종 수요자인 기업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할 것"이라며 "감독당국이 사후 점검을 통해 실제 확인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후 점검을 통해 은행들이 기업들에게 어느 정도의 혜택을 줬는지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은행들의 기업에 대한 위험도 측정과 그로 인한 적정금리 산출은 말 그대로 은행들의 재량이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도 "사후 점검은 하겠지만 은행들에게 개별 기업의 어음 할인율을 어느 정도로 하라고까지 언급하는 것은 힘들다"고 시인했다.

한편 한은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외화를 공급한다. 첫 외화 공급시기는 은행과의 약정서 문제로 내주 수요일(26일)로 연기됐다. 수출입은행은 매주 한번씩 공급하고 내주 화요일(25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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