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 개입하면 외인 주식매도 돕는 꼴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11.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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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특별한 움직임 없어 당국 움직임 '제한적'

-원/달러 환율, 한미 통화스와프 이전 회귀
-뉴욕증시 하락·역외환율 상승 영향
-외인 주식매도…"개입, 외국인만 도와줄 뿐"

원/달러 환율이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이전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번 환율 상승에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당국이 나설 경우 외국인만 돕는 꼴이 돼 외환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0일 서울외환시장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3.5원 상승한 15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환율은 상승폭을 반납하며 1480원대에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은 지난 10월30일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이전 수준인 1467.8원(10월28일 종가)을 넘어섰다. 한미 통화스와프의 '약발'이 떨어진 셈.



이와 관련 외환당국 관계자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과 관련한 불안감을 씻어줬으나 금융위기의 여파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다음달초 실제로 달러가 들어오면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당일 1250원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꾸준한 상승세다. 뉴욕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역외 환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가 떨어지면 그만큼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의미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역외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이날 환율이 개장초 1500원을 터치한 것도 전날 다우지수가 8000 아래로 떨어지고 역외환율이 1480원대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지난 2주간 뉴욕 주식시장이 계속 하락하면서 환율 역시 슬금슬금 올랐다"며 "당분간은 뉴욕 증시에 따라 환율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당국의 움직임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장중에 실수요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등 특별한 움직임이 없어 어떤 대응방안을 마련할지 고민"이라는 입장이다.

당국이 현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율을 낮추려 개입할 경우 주식을 팔고 있는 외국인에게 달러를 대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달러를 팔면 이를 고스란히 외국인이 받아가게 된다"며 "당국 개입이 외국인에게만 좋을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외국인에게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라는 루머도 돌고 있다. 통화스와프 체결 영향으로 환율이 떨어지면 외국인의 달러 환산 수익은 개선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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