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21.71% 하락하며 금융위기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 있는 파운드화(9.29%), 유로화(10.16%)의 하락폭을 크게 웃돌았다. 왜 한국은 10월 전세계적인 금융 공황 상태에 유독 취약했을까.
정 사장은 우선 '시장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은 튼튼하다고 강조해 왔지만 해외에서 보는 시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
정 사장은 이어 만기불일치와 투자불일치에 따른 외화유동성 부족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과도한 환위험 헤지가 외화자산과 부채의 만기불일치를 초래했고 외국인과 내국인의 주식투자 불일치도 불안 요인이었다는 지적했다.
정 사장은 또 마진콜과 수익률 하락에 따른 환매요구에 직면한 헤지펀드는 각국의 공매도 규제로 인해 투자전략에 차질이 생기자 국내 주식을 대규모 매도해 '공포의 10월'을 불렀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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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를 위시한 외국인 투자자는 현금화가 쉬운 국내 주식을 우선적으로 매도한 후 본국으로 송환했다는 것. 정 사장은 "한국 자본시장이 상당히 두텁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가격하락을 덜 일으키면서 주식을 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10월 아시아 국가별 전체 외국인 순매도 782억 달러 중 한국이 45.6%인 356억5000만 달러를 차지했다. 결국 '외국인 주식 매도→환율상승→주가하락'의 악순환을 반복했다는 게 정 사장의 분석이다.
정 사장은 특히 "헤지펀드의 자산매각과 환매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주식시장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사장은 이밖에 10월 이전까지의 우리 주식시장 하락폭이 신흥시장 평균에 비해 작았다는 점도 10월 들어 주가하락률이 컸던 이유 중 하나였다고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