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대주단 가입 애써 외면(?)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8.11.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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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살생부' 명단에 촉각…회생절차 개시신청 등으로 선회 기업 늘 수도

대주단(채권단) 자율협약 가입을 놓고 건설업체들의 눈치작전이 한창인 가운데, 가입 자체를 애써 외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는 일부 중소건설사를 제외하곤 대주단 협약 가입에 따른 만기대출 연장이나 신규대출 등의 지원보다는 기업 이미지 추락과 경영권 포기 등의 부작용이 더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대주단 협약이 살릴 수 있을 만한 건설사만 가입시킨다는 방침을 확정함에 따라 가입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건설사들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 스스로 어려운데 과연 건설사 회생에 얼마나 적극적일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은행의 건설사 지원을 소극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10대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현재로선 대주단 가입이 한 곳도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칫 대주단 가입이 외환위기 당시의 워크아웃으로 비춰질 경우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해외 공사 수주와 공사대금 회수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주단 가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일부 그룹계열 대형건설사도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 그룹계열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자구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고 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어 대주단 가입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견건설사들은 17일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의 대주단 협약관련 방침 발표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당초 중견건설사들은 금융당국이 17일까지 의무적 가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거부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가입을 적극 검토했었다. 그러나 금융위와 은행연합회가 가입 기한과 기업이 정해진 게 아니라고 발표하면서 가입 포기를 검토 중인 건설사가 늘고 있는 분위기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대주단 협약을 신청할 경우 기업 이미지 추락 등의 부작용도 문제지만, 신청을 안 할 경우 받을 불이익도 커 의무적 집단 가입 때 신청하려 했었다"며 "그러나 자율적 신청이 확정된 이상 자체 회생으로 방침을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형건설사와 다소 여유가 있는 중견건설사들이 대주단 협약 신청을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사정이 좋지 않은 중견이하 건설사들은 또 다른 사정으로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



대주단 협약이 선별 가입 방침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입 신청에 이어 가입자격 박탈이 연속적으로 소문날 경우 받는 타격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대주주의 경우 대주단 가입으로 경영권 행사가 어려워질 수 있고 구조조정 지원의 대가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도 신청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건설업계는 은행 스스로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적극적으로 건설사를 지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추진도 은행들의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어서 건설사 지원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대주주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대주단 협약에 가입하거나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는 것 모두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특히 정부가 살리려는 건설사에 자신의 기업이 포함돼있는 지를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공포"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사이에선 정확한 건설사 구조조정 방침이나 가이드라인도 없고 가입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오히려 채권단과 자체적인 워크아웃을 협의하거나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곳이 많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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