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주가가 폭락한 이유

박문환(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2008.11.17 08:41
글자크기

[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읽기]<11>핵폭탄과 기폭장치(1)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오늘(9월1일)부터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지난 주말 미국 주가가 폭락한 이유


미리 서두에 말해두지만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지구상에 핵폭탄이 터지는 심판의 날은 오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북한에서 핵폭탄을 그토록 열심히 보유하려고 하는 것은 그들 말로 “핵 억지력”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즉 핵폭탄을 터뜨려서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 핵폭탄을 원한다기 보다는 그 폭탄을 이용해서 전쟁 억지력과 정권유지의 안정성을 꾀하기 위함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금융 위기 역시 세상을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은 세상의 금융시스템을 망가뜨리기 위해서 고안된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단지 달러화의 권위에 대해 맞서려는 여러 불필요한 도전을 제거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핵폭탄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파국이 없다고 믿고 사는 것이 정상적이다. 만약 터진다는 전제를 한다면 열심히 살 필요가 어디에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금융위기는 핵폭탄처럼 전혀 터질 가능성이 없는 허수아비는 결코 아니다. 언제든지 제대로 터지게 되면 전 세계의 금융시스템을 완전히 마비시켜 곧장 석기시대로 돌려 버릴 수 있는 정도의 악마의 이빨을 숨기고 있다.

하지만 이 폭탄은 만든 사람조차 터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는 알아야 할 것이다. 오늘은 무서운 금융 핵폭탄의 정밀한 구조에 대해 살펴보자.


-뇌관의 구성

얼마 전 뉴스에서 세계 대전 당시에 잃어버린 핵폭탄이 50여기에 달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폭탄은 그리 예민하지 않다. 만약 예민하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C4 라는 군용 폭탄을 예로 들어보자. 그 폭탄이 무척 예민하다면...그래서 그것을 옮기다가 터져버린다면 오히려 아군에게 더 큰 불상사가 생기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C4 역시 평상시에는 고도의 안정감을 가진다.

이 폭탄은 심지어는 라이터로 불을 붙여도 터지지 않는다. 이 폭탄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RDX라고 하는 좀 더 민감한 폭탄이 필요하다.

RDX는 아주 민감하다. 소위 뇌관이라고 하는 곳에 들어있는 폭탄이기도 하다. 뇌관은 따로 도화선이 없어도 된다. 단지 공이쇠의 충격에도 터지기 때문이다. 이 극소량의 RDX라고 하는 폭탄의 역할은 그가 스스로 터지면서 그 폭발력이 바로 C4에 대한 2차 폭발을 유도하게 된다.

군에서 뇌관이 폭발해서 작은 부상이 자주 생긴다. 하지만 뇌관이 터져서 사람이 사망을 하는 경우는 무척 드문 일이다.

실질적인 폭탄의 무서움은 뇌관의 폭발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C4의 2차폭발이다.

현재의 전무 후무한 금융위기에서 RDX, 즉 뇌관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지난주까지 거론했었던 CDO(Collateralized Dept obligation) 이다.

발행 당시부터 잘못 태어난 CDO라고 하는 쓰레기는 일부 투자은행들이 발행을 하고 암박과 MBIA 등의 보증회사가 보증을 서고 S&P와 피치 무디스와 같은 신용 평가사들이 AAA 등급의 딱지를 붙여 세계 각국에 유통되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총 발행 물량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약 4~5조 달러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이미 유동성을 6조 달러 넘게 뿌렸다면 이 정도는 흡수되고도 남는 수준이다. 하지만 CDO만 가지고 세상은 위태로와 지지 않는다. 이거 몽땅 다 터진다고 해도 말이다. 이유는 단지 뇌관의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그럼 CDO라고 하는 뇌관의 작동원리를 보자. 지난주에 미국의 은행주들은 10월의 저점을 일찌감치 깨고 내려갔다. 은행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헨리폴슨 재무장관의 발언 때문이었다.
헨리폴슨은 은행들의 모기지 채권을 매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주중에 이미 거론했듯이 모기지 채권은 애시 당초 정부가 매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즉 새로운 악재에 속하지 않는다. 대차대조표 상에 보유하고 있는 채권은 1년 이상의 잔존기간이 남아 있다면 장부 가치로 기장된다. 즉, 1억 원의 액면을 가진 채권이 지금 쪽박이 나서 1000만 원까지 가치가 하락했다고 하더라도 이 채권은 장부상 1억짜리로 남아 있다.

자산 부채 균형전략에 의해 아슬아슬하게 자산과 부채의 균형을 맞추어 놓은 은행들은 자산가치가 만약 급격하게 떨어진다면 그로 인한 자본 확충을 위해 더 많은 고통을 당해야만 한다.

그런 이유로 인해 은행들은 지금 당장 정부에서 사주겠다고 해도 감히 그 쓰레기를 시중에 내어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요즘 같이 돈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운 시기에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악성 자산을 그대로 시장에 내어 놓는 순간 은행들의 자기자본 비중은 급격하게 축소되고 살아남기 위한 자본 확충에 실패하게 될 경우에 오히려 파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CDO라는 애물단지는 오랜 시간을 두고 Case by case로 해결이 되어야지 그게 한꺼번에 터지게 되면 스스로 뇌관이 되어 그 뒤에 적체되어 있는 C4를 건드리게 되면서 대 폭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예를 들어 설명을 하자면...

어떤 은행에서 1년 만기부터 10년 만기의 CDO를 각각 1억 원어치씩 보유하고 있다고 하자. 그럼 모두 10억 원어치가 된다. 그런데 이 채권의 실질가치가 1/10로 떨어졌다고 가정해보기로 한다.

이 쓰레기를 정부에서 사준다고 하는데 과연 은행들이 반가와 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앞서 가정했듯이 10억 원어치의 CDO의 현재 시가는 다 합해봐야 1억 원 밖에 안 된다고 한다면 이 은행의 채권을 만약 정부가 사주는 순간 은행의 대차대조표에는 갑자기 채권 매각손실로 9억 원이 잡히게 된다.(이해를 돕기 위해서 다소 드라마틱 한 예를 들었다. 실제로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은행들은 자기자본 비율이 낮아서 갑작스레 뚫려버린 9억 원의 결손을 메꿀 재간이 없으며 결국 파산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은행이 가지고 있는 CDO는 비록 쓰레기일지언정 2년 물부터 10년 물까지는 장부평가를 하기 때문에 누가 고의적으로 들추지 않는 한 1년 물만 1/10가치인 1000만원으로 평가 되고 나머지는 9억 원의 장부 가치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게 된다.

즉 이 은행은 올해 안에 9000만원의 결손 부분에 대해서만 상각을 하고 결손이 있는 9000만원에 대해서만 자본 확충을 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수년에 걸쳐 돌아오는 소위 “유동성 장기부채”에 대해서만 상각을 하면 된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1년 이상의 만기를 가진 채권들은 당장에 썩은 쓰레기라고 할지라도 장부 가치는 9억 1000만원이 되어 회계적으로는 안정적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선진국들의 은행들은 서로 모른 척 하고 있을 뿐이지 속마음으로는 서로의 부실을 다 알고 있다. 내 자신의 치부가 곧 상대방 은행의 치부와 같은데 모를 이유가 없다. 그러니 백날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해봐야 가까운 미래에 돌아오는 자본 확충의 필요성 때문에 어디 함부로 대출을 해 주겠는가?

CDO라고 하는 뇌관을 쥐고 있는 은행들은 언제나 좌불안석이다. 치부를 도려낼 수도 없고...그저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Case by case로 돌아오는 부실에 대한 상각을 꾸준히 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계속)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