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역사적 G20 현장에서

워싱턴=송기용 기자 2008.11.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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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역사적 G20 현장에서


워싱턴 DC, 노스웨스트가 팔로마 호텔. 한국 기자단 프레스센터가 위치한 이 호텔을 15일(현지시각)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찾았다. G20 금융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이 특정 회의 결과를 브리핑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처럼 이날 이 대통령이 파격을 선보인 것은 회의 성과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G20 회의가 예상보다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말문을 연 이 대통령의 얼굴은 G20 회의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붉게 상기됐다. "한국이 1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문제가 다뤄진 국제무대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역설했다. 밤을 새며 물밑 작업을 벌였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신제윤 차관보 등 정부 관계자들도 "역사적 사안"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20위권의 신흥국들이 글로벌 이슈 논의구조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권력이동(Historic Power Shift)'이라고 명명된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이 대통령은 큰 성과를 거뒀다.



새로운 무역 및 투자 장벽을 만들지 않는다는 '규제동결(Stand-Still)'과 신흥국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 'MB 구상(Initiative)'의 상당수가 공동선언문에 포함됐다. 영국, 브라질과 함께 3개국으로 구성된 G20 의장국 단으로 '파워 쉬프트'를 주도해 신흥국의 대표주자로 발돋움 했다.

불과 1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한국이 이런 역사적 무대의 중심에 섰다는 것은 의미를 부여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자신감 때문인지 "한국 같은 나라가 돈을 갖다 써야 우리 이미지가 바뀐다"며 자금제공 의사를 타진한 스트로스 칸 IMF 총재의 제안을 이 대통령은 단번에 거절했다. "IMF가 과거 신흥국에게 한 조치는 신뢰를 받지 못했다"고 유독 한국에 혹독했던 IMF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권력이동'의 현장을 지켜본 기자로서 한국의 위상제고에 가슴 뿌듯함과 함께 가슴 한 켠에서 피어나는 불안을 숨길 수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에 가슴 조렸던 현실이 생각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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