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파산 두 달… 신용위기 어디까지 왔나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11.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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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지 꼭 두달이 지났다. 리먼 파산은 이번 신용위기의 중요한 변곡점이었던 동시에 실물경기 침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

CNN머니는 14일(현지시간) 두 달전인 9월 15일 리먼의 파산 후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분석했다. 리먼 파산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급하게 공조 대책을 내놓게 만든 중요한 사건이기도 했다.



월요일이었던 지난 9월 15일. 잠에서 깨어난 투자자들은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메릴린치의 매각이라는 믿기 어려운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앞서 3월 베어스턴스 구제금융 이후 쓰나미급 폭풍이 금융시장에 불어닥친 대사건이었다.

리먼 파산 후 이틀간 리보금리는 8개월 최고치인 3.06%까지 치솟았고 일주일 후에는 기업 어음(CP) 발행 액수가 2년6개월 최저인 1조7000억달러로 급랭했다.



파산 후 10일 후에는 은행들의 유동성 부족 정도를 보여주는 리보-OIS 스프레드가 사상 최고치로 급등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11월 14일 신용 시장 상황은 당시에 비해 뚜렷하게 개선됐다. 위로만 치솟던 리보 금리도 안정을 회복했고 CP 시장도 상당히 개선됐다.

그러나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데 시각을 같이 한다.


웰스파고의 스콧 앤더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리먼을 파산하게 놔둔 것은 실수였다. 리먼 파산으로 신용 시장은 진짜로 얼어붙었다"면서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단기간에 정상으로 복귀할 거라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유례 없는 유동성 공급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리먼 파산 후 미국 정부는 여러 개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시장에 내놨다. 가장 큰 대책은 금융회사들의 부실 자산을 매입해 주기 위해 마련된 7000억달러 구제금융이다. 미국 의회가 반대하는 진통 끝에 통과된 구제금융은 이 가운데 1250억달러가 골드만삭스와 씨티 등 9개 은행의 주식을 사는데 투입됐다.



미 연준은 구제금융과 별도로 지난달 20일부터 2573억달러 규모의 CP를 직접 매입해 시장 경색 해소에 발벗고 나섰다. 이 조치 후 1540억달러의 CP가 발행됐지만 여전히 미미한 규모라는 지적이다.

연준은 또 금융기관들의 모기지담보증권 등 모기지 관련 자산을 담보로 인정해 주고 담기로 돈을 빌려주는 기간입찰대출(TAF)과 국채 딜러 기관들에 재할인 창구에서 직접 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 등도 계속 운영하며 유동성 해소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유동성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여전히 유동성 공급에 소극적이라는데 있다. 지난주 은행들이 TAF와 재할인창구를 통해 대출한 자금은 지난주 가능액의 8%에 그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현상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여전히 기업 채권 보다 미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만 몰리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리먼 파산 후 한달간 궤도를 이탈했던 신용 시장이 제 궤도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아직 정상적인 트래픽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현재 상황에 대한 공감대다.

CNN머니는 이에 대해 신용 위기(credit crisis)는 끝났지만 신용 경색(credit crunch)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정의했다.



볼앤게이너인베스트먼트가운슬의 매트 맥코믹 애널리스트는 "정부와 투자자들은 어떤 효과가 즉시에 나타나서 금방 안정되기를 바라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상적인 비즈니스 사이클을 통해 상황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는 지금 바닥까지 무녀졌다. 다시 바닥부터 다져나가야 하지 제빨리 문제를 고치려고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리보-OIS 스프레드가 뚜렷하게 낮아진 점을 신용시장 안정의 근거로 들었다. 이는 은행들이 신용 시장 전망에 대해 낙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리보-OIS 스프레드는 지난 10월 10일 3.64%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1.74%포인트로 낮아졌다. 이 스프레드는 리먼 파산 전에는 0.8%포인트였다.



전문가들은 또 금융권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소비자 부문까지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와코비아의 존 실비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9월 14일 전과 그 이후에 가장 확연히 달라진 점은 우리가 지금은 매우 길고 깊은 경기침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대책으로 신용 시장이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새롭게 실물경제 침체에 대한 걱정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CNN머니는 이 때문에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 시장에서는, 크레디트디폴스스왑(CDS)을 정리할 공인 기관과 납세자인 소비자에 직접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신용 지원책,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의 효율적인 금융기관 지원 등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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