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품질 대만족 "난 명품 반값에 산다"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08.11.24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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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쇼핑의 기술/스크래치·반품·전시상품 알뜰구매

단돈 10만원에 평소 눈여겨 봐두었던 명품 지갑을 구입할 수 있다면?
단돈 1만원에 치마와 재킷, 그리고 면티를 모두 살 수 있을까?
단돈 1000원에 고급 앤틱 책상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내 눈에 좋아 보이는 물건은 남의 눈에도 좋아보이기 마련이다. 내 눈에도 좋고 남 눈에도 좋은 물건을 사려니, 항상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가격 때문에 물건의 질을 포기할 수도 없고, 좋은 물건을 사겠다고 가격을 포기할 수도 없다. 주머니 사정은 점점 가벼워만지는데 물건의 품질도 가격도 모두다 놓칠 수 없는 당신이라면, ‘아는 사람만 안다’는 B급 상품들로 눈을 돌려보자.



◆알뜰족들의 선택…전시상품, 스크래치 상품, 반품 상품

#1. 직장인 지영준(34) 씨는 지난달 80만원대의 40인치 PDP TV를 30만원에 새로 장만했다. 그가 ‘반값도 안되는 가격’으로 새 PDP TV를 구입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전시상품. 백화점에서 손님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진열해 놓은 상품을 구입하는 대신 점원과의 흥정을 통해 파격적인 할인가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2. 다음달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김성란(32) 씨는 요즘 혼수 준비에 한창이다. 침대며 소파, 장롱, 화장대 등 혼수 가구를 준비하는 데 그가 사용한 비용은 총 300만원 정도. 보통 신혼집을 꾸밀 가구를 장만하는 데만 해도 500만원이 훨씬 넘는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다. 김씨가 이토록 알뜰하게 필요한 혼수 가구를 모두 장만할 수 있었던 비밀은 바로 스크래치 가구. 약간의 흠집은 눈에 띄지도 않는데다 가격은 50% 이상 낮아지니 김씨에게는 최상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3. 명품족인 이지영(27) 씨는 최근 구찌 구두를 새로 장만했다. 200만원이 훨씬 넘는다는 명품 구두를 구입하는 데 이씨가 사용한 비용은 80만원 정도. 절반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진품 브랜드를 구매한 것이다. 이씨가 명품 구두를 구입하기 위해 주로 찾는 장소는 다름 아닌 반품 매장.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되돌아 온 물건들이기 때문에 거의 새거나 다름없는 명품 브랜드를 싼값에 구입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브랜드도 같고 제품도 같다. 그런데 가격은 거의 절반 가격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계절이 지난 재고 상품이거나 물건에 흠집이 생긴 스크래치 상품일 수도 있다. 혹은 오랫동안 매장에 진열돼 있어 새 물건으로 판매하기에는 곤란한 전시상품이거나 누군가가 되돌려보낸 반품 상품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이미 정상가로는 판매될 수는 없는 제품들이다.


그러나 ‘정상가에 판매될 수 없다’는 것이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거나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격·품질 대만족 "난 명품 반값에 산다"


브랜드 로고 위치가 살짝 빗나간 명품 가방, 관리소홀로 포장지가 뜯어져 있는 침대, 그리고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되돌아온 반품 노트북 등. 배송이나 보관 중 관리가 잘못돼 정상가에 판매되지 못하는 스크래치 상품이라도 대부분 물건을 사용하지 못할 만큼 커다란 흠집이 나 있는 경우는 드물다. 혹여 흠집이 심각하더라도 대부분은 보수나 손질을 거쳐 매장에 나오기 때문에 소비자가 사용하기에는 전혀 불편이 없다.



반품 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단순 변심에 의해 되돌아 온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포장이 한번 뜯긴 상태라곤 하지만 새 물건이나 다름없다.

이에 비해 제품 가격은 파격적으로 낮아진다. 보통 반품 상품의 경우 포장만 뜯었다면 20~30% 정도 할인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고, 제품에 이상이 있어 반품된 경우라면 50%가 넘는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스크래치 상품과 전시 상품도 대개 시중가의 50% 정도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이 보통이고 흥정하기에 따라 많게는 70~80%까지 할인 받을 수 있는 품목도 적지 않다. 그러니 사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야 ‘착한 가격’이 보장되는데 눈에 잘 띄지 않는 ‘미세한 하자’ 때문에 이 같은 상품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 한달 정도 여유 갖고 구매해야

가장 쉽게 반품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전문 인터넷 사이트다. 리퍼브샵(www.refurbshop.co.kr), 반품닷컴(www.vanpum.com) 등이 대표적이다. 반품 사유를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기 때문에 물건을 믿고 구입할 수 있다.

옥션, 인터파크 등의 온라인마켓에서도 반품 제품 매장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 많다. 반품럭셔리(www.vpluxury.com)는 유명 브랜드나 명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으로 반품과 매장 전시품을 골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전시상품의 경우 백화점 등 물건을 판매하는 곳에서 전시상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히면 점원과의 흥정을 거쳐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스크래치 상품은 본사에서 1년에 몇 번씩 물류 창구를 소비자들에게 개방하거나, 상설할인매장 등을 이용해 재고 상품이나 스크래치 상품 등을 판매하는 곳도 많다.

품목별로 스크래치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매장도 있다. 스크래치 가구를 판매하는 일산의 ‘가구 대통령(cafe.naver.com/gagupresident)’과 노트북과 같은 전자제품을 보상판매하고 있는 ‘디지리워드(http://www.vosang.com) 등이 대표적.

특히 ‘가구대통령’에서는 매달 한두 번씩 ‘천원의 행복’을 통해 단돈 1000원에 의자와 책상 같은 고급 가구를 판매하는 이벤트를 마련, 이미 알뜰족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다. 스크래치 상품으로 판매하기에도 하자가 큰 가구들을 따로 모아 카페 회원들에게 1000원 가구를 판매하며, 판매금액은 모두 인천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금으로 내놓는다.



그러나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필요 없는 물건까지 과소비 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나 세일 폭이 클수록 교환, 환불이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귀찮더라도 발품을 팔아가면서 일일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디지털 가전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매장 직원은 “전시상품은 전시돼 있는 동안 제품을 매장에서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제품의 수명이 더 줄어들 수 있다”며 “특히 가전제품은 어떤 상품을 구입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제품의 년식이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이종덕 가구대통령 사장은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내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품의 특성상 전문 판매점처럼 항상 같은 물건이 매장에 나와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언제 어떤 상품이 매장에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소비자는 한 달 정도 여유를 두고 미리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수시로 물건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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