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유동성 위기에 처한 국내 시중은행들도 무역금융을 축소하면서 돈가뭄에 시달리는 중견·중소기업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수출입금융에 160억 달러를 공급키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다. A은행 관계자는 "리먼 사태가 터진 9월 이후 무역금융 건수는 10%, 금액은 20%가 각각 줄었다"고 전했다.
뱅커스유산스(banker's usance) 개설도 덩달아 어려워졌다. 국내 수입업체가 당장 대금을 지급할 수 없을 때 국내 은행이 해외 수출업체에 지급보증을 해주는 일종의 신용장인데, 여태껏 자금을 메꿔주던 해외 은행들이 유동성 악화로 두 손을 든 탓이다.
이로 인해 자금 구하기가 마땅치 않은 중소 수출입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대기업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어느 정도 신용이 보장되고 교섭력을 갖추고 있어 자체적으로 쉬퍼스 유산스(shipper's usance)를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지급보증을 서는 대신 해외 수출상이 대금지급을 유예해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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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으로서도 우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지만 부실이 뻔히 보이는 중소기업도 많다"며 "자칫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