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T, 무엇이 문제인가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08.11.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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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형식적 독립·정치권 외풍 암묵적 동의 등 지적

CEO 납품비리로 인해 그간 쌓아온 '투명경영'의 이미지가 산산 조각난 KT (41,800원 ▲100 +0.24%)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T는 2008년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가 주관한 투명경영대상 대상을 수상하는 등 그동안 국내 투명경영 및 기업지배구조분야 상을 휩쓸어왔다. 그러나 현직 사장의 구속 등 비리로 얼룩진 현재 KT의 모습은 이 같은 궤적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누가 후임 사장이 되는가 보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게 우선이다. KT의 후임사장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리의 꼬리표를 떼고 기업이미지 쇄신을 위한 혁신의 페달을 밟아야하기 때문이다.

◇유명무실한 이사회 독립...CEO 견제 기능 발휘 못해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이번 KT 사태의 문제점을 시스템 보다는 철저하지 못한 시스템 운영의 후진성에서 찾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시스템은 구축했지만, 운영상에서 이를 무력화하는 결점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KT의 기업 지배구조는 형식상 모범적인 구조다. 우선 최고경영자와 이사회의장을 분리,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는다. 사외이사의 비중도 70%에 달한다. 또한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장을 선임하고 사장은 이사회와 경영계약을 맺고 성과연봉을 받는다.

겉으로 보면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주요 경영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틀 거리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투명한 시스템도 이번 사태에서 보듯 결과론적으로 비리의 싹을 막진 못했다.


KT는 연매출 11조9000억 원, 임직원 3만8000명, 자회사 30개를 거느린 재계 7위의 거대 기업이다. 기껏 한 달에 2~3일 정도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들이 이 정도의 거대기업을 '감시'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사외이사들이 투명한 절차를 통해 객관적이고 역량 있는 외부 인사 보다는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맹점도 간과할 수 없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후보를 결정하지만, 정작 후보감을 찾는 헤드헌팅업체는 사측에서 선정하고, 결국 헤드헌팅업체는 사측의 입김에 영향을 받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



때문에 남 사장 취임 이후 의무적이었던 사장 공모제를 삭제하는 정관 변경이 이뤄지고, 지난해 사장추천위원회가 공모 없이 20여 일만에 남 사장의 연임을 확정하는 등 연임을 위한 남 사장의 독주는 내부적으로 어떤 견제도 받지 않았다.

중앙대 정광선 교수는 “사외이사와 이사회가 임직원의 부정까지 통제하긴 어려운 만큼 이번 사건의 책임을 전적으로 지배구조 체계의 탓으로 돌리긴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이사회가 주요 임무인 내부통제에는 미흡했다고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낙하산 임원, 아쉬운 대로 활용한다?



KT는 늘 인사 외풍에 시달려야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 인사들이 전문위원 등 다양한 형태로 KT에 입성했다. 이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여러 정권의 인물들이 KT에서 동거하는 기현상도 연출된다.

규제산업 특성상, 그리고 정부가 KT를 여전히 공기업 틀에서 보는 잘못된 시각이 빚은 잘못된 결과다. 하지만, KT가 이런 상황을 활용한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어차피 거부할 수 없는 거라면 '대외 관계'에 활용하자는 의미다.

KT 관계자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한계가 있지만, 너무 많은 회사의 역량이 정치적 외풍을 막는데 소모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또 다른 KT 관계자는 "결국 이 고리를 끊어내는 것도 KT의 몫인데, 이에 기댄 측면도 있다"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정 교수는 “이사회가 외풍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선임 등에 있어 철저하게 CEO의 입김이 배제되어야 외국기업들처럼 사외이사가 철저한 독립성을 갖고 일할 수 있다”며 “그러나 사외이사와 CEO의 프로필만으로 학연, 지연 등이 확연히 드러나는 현실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KT가 오늘의 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동안 구축한 선진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의 철저한 독립성 보장 등 그에 걸 맞는 운영방안을 마련해야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벌써부터 사장추천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후임 사장을 선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안팎의 우려가 있다"며 "KT 이사회가 현 사태에 대한 책임감에서라도 이번 후임사장 인사에서는 확실한 독립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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