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에도 회사채시장 여전히 꽁꽁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박성희 기자 2008.11.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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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회사채금리 8%대서 요지부동..국채와 스프레드 되레 벌어져

은행 자금줄인 은행채시장이 풀리고 있어도 회사채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있다. 경기둔화와 기업실적 악화 등이 맞물리며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국고채와 스프레드로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지난 주에는 신성건설이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이를 편입한 펀드들이 환매를 연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회사채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채권형펀드, 혼합형펀드 뿐만 아니라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으로 펀드 환매 연기가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래 죽고 금리만 뛰어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초 회사채 거래는 3조25억원으로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던 3월 7조2724억원에서 58.7% 급감했다. 6조5200억원까지 늘었던 발행물량도 1조6084억원으로 줄었다. 발행물량을 제외하면 기존 회사채 거래량은 1조원대로 쪼그라든 셈이다.

금리도 여전히 고공행진중이다.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회사채(AA-) 3년물 금리는 지난 달 중순부터 8%대를 웃돈다. 국고채 3년물과의 스프레드는 3.35%포인트에서 7일 3.51%포인트로 오히려 확대됐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300bp(3%포인트)가 넘었던 은행채 2년물 스프레드가 지난 주중 이후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며 "회사채는 높은 금리 탓에 AAA 혹은 신용도가 우수한 AA급만 소량 움직일 뿐 나머지는 '고사'상태"라고 전했다.

김형호 아이투신 상무는 "현재 시장에는 '사자'가 없어 팔려는 입장에선 할인해서 매물을 내놔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매물을 해소하기 위해 가격을 대폭 할인하다보니 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성인모 증권협회 부장도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신용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신용등급이 높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자금이 꽉 막힌 상태"라며 "일부 대기업 채권은 그룹 계열사들이 사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등 정부 당국과 연기금의 유동성 공급이 신규 물량과 은행채로만 집중된 것도 회사채 시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상무는 "연기금은 장기투자 성격상 신규 발행물량만 매수하지 경과물(이미 발행된 채권)은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또 은행채에만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어 회사채 시장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원석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정부가 부실기업의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유동성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부 도려내고 직접 지원을
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 당국의 본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 상무는 "90년대 20조원의 채권시장안정기금(채안기금)을 만들어 시장을 안정시켰던 것처럼 연기금을 중심으로 채안기금을 만들어 채권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진 삼성투신 채권운용팀장은 "한국은행이 채안기금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며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업어음(CP)을 매입한 것과 같은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 부장은 "증시안정펀드를 통한 간접자금지원에는 물리적, 비용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한국은행이 은행채 뿐만 아니라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도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을 얻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 파트장은 "환부(부실기업)을 제대로 도려내지 않으니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기업으로도 자금이 돌지 않고 있다"며 "구조조정 없이 기업 대출을 늘리면 결국 부채가 늘어나고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 나중에 더 커진 부채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팀장은 "은행채 스프레드가 100bp 이내로 좁아지지 않은 상태에선 회사채 활성화되기 힘들다"며 "은행이 먼저 신용을 회복하고 우량기업 회사채에 자금이 돌아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으로 신용이 배분되게 해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세제혜택을 부여한 회사채형펀드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펀드 운용상 기술적인 문제점이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팀장은 "현재 장내 채권시장에선 100억원 단위로 거래되고 공모 채권형펀드의 투자 비중은 종목별 10%로 제한돼 펀드 설정액이 1000억원은 넘어야 채권 투자를 원활히 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 회사채펀드 설정액은 10억원이 채 안 돼 실제로 채권을 살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박 팀장은 이어 "편입 비율을 예외적으로 낮춰 소액 거래도 가능하게 하면 회사채 시장의 거래가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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