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25bp 인하에 실망 말라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11.07 11:08
글자크기

오바마 정부 '강달러'에 한은 운신폭 제한..추가인하 기대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9월 이후 한 달 반만에 1.25%포인트 인하한 셈이다.

국내증시는 일단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결정 발표 이전 기대감을 갖고 1070선까지 낙폭을 회복했던 코스피시장은 외국인과 기관 매도가 거세지면서 1030선대로 급전 직하했다.



한국은행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결정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내년 국내수출의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오바마 당선인이 '강한 달러' 정책을 쓸 것으로 보여 원화 약세로 인한 불안 파장까지 대두된 상태다. 이런 마당에 아무리 글로벌 금리 인하가 가속화된다 하더라도 대폭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히려 금리인하가 가속화되면서 가뜩이나 침체로 들어선 국내경제가 '경기침체 공포'와 맞물려 인플레이션만 자극하는 우려를 범할 수 있다는 판단도 제기되고 있다.



증시는 한국은행의 조치에 일단 실망감을 표시했다. 103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 본 이후에는 소폭 반등한 뒤 1060선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상황이 코스피시장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대폭 금리를 내렸더라도 '약효'가 오래가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0.5%p 인하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0.25%p 인하로 일단 실망감을 보인 듯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박 연구원은 "해외 상황이 증시를 워낙 좌우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금리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금리 인하는 단기적인 이벤트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리스크를 하나씩 줄여 가는 안전판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장도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는 것은 증시 입장에서야 하루 이틀 반등거리는 주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린다는 뜻은 뒤집어 보면 그만큼 실물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금리정책을 쓰는 것은 실물경제의 침체에 대해 선제적인 방어책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급격하고 잦은 금리인하가 오히려 시장에 반대 급부적인 메시지로 돌아와 증시에 악영향을 줄 공산도 있다는 관측도 곁들였다.



류팀장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는 금융시장이 정상적이면서 경기 부진이 예상될 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금리만 급격히 내리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증시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7일 코스피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이같은 한국은행의 의도를 간파한 듯 하다.

건설과 은행 등 금리인하와 밀접한 업종은 0.25%p 인하에 초반에는 실망감을 표시했지만 점차 낙폭을 줄이면서 화답으로 돌아서고 있다.



한은의 선택에 실망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세상이 급변한다고 마음만 급해서도 안될 일이다. 글로벌증시 상황에 따라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려있다.

한달반 사이 1.25%p 내린 금리인하 효과가 유동성과 맞물릴 때를 대비한 투자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