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40년만의 첫 반도체의 날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10.30 16:01
글자크기
지난 29일 저녁 서울 여의도 63빌딩 2층 국제회의장에는 한국 반도체 업계의 내로라하는 거성(巨星)들이 모였다. 지난 40여년간 척박한 토양에서 발전해온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자축하고 미래를 얘기하는 자리였다.

지난 1994년 10월 29일 반도체 수출 100억달러 돌파를 기념해 제정된 이날 제1회 반도체의 날은 '반도체인' 모두가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잔칫집 분위기였다.



연간 수출 300억달러를 넘어서며 수출 1위 품목의 지위를 꾸준히 유지해 온 한국 반도체 산업이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이같이 반도체 산업 및 학계 종사자들 500여명이 40년만에 한 자리에 모여 정을 나눴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서로에게 무심했던 점도 없지 않았다.

이 자리에는 한국 '반도체 학계의 대부'로 불리는 김충기 KAIST 특훈교수를 비롯해 민석기 경희대 교수 등 학계 원로와 김광호 전 삼성전자 부회장(제3대 반도체산업 협회장) 등 산업계 원로, 권오현 삼성전자 (63,700원 ▲600 +0.95%) 반도체총괄 사장(반도체협회장), 김종갑 하이닉스 (158,600원 ▲5,800 +3.80%)반도체 사장, 오영환 동부하이텍 (36,600원 ▼400 -1.08%) 반도체 부문 사장 등 업계 대표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 밖에 반도체설계 전문기업과 장비 및 재료업계 대표 등이 모여 지난 40여년을 기억하고, 앞으로의 난관을 이겨내고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자는 의지를 다졌다.

한국의 반도체 역사는 지난 1966년 정만영 박사가 npn형 프래너 트랜지스터를 실험실 수준에서 처음 제작해 국내 반도체의 학문적 길을 열었고, 1974년 모토로라 반도체 연구소 출신의 강기동 박사가 한국 최초의 3인치 웨이퍼 반도체 공장인 한국반도체를 경기도 부천에 설립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씨앗이 뿌려졌다.

그리고 4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확실한 강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자리에 모인 반도체 학계와 업계 원로들이 길을 닦고 이 길 위에서 후배와 후학들이 땀 흘리며 따라간 결과다. 처음 열린 반도체의 날이 그래서 뜻 깊은 자리였다는 게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의 중론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반도체의 역사'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이 알려진 고 이병철 회장이나 고 정주영 회장은 차치하더라도 세계 최초로 모스펫(MOS-FET)을 개발해 오늘날 전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의 기초를 닦았던 고 강대원 박사나 1970년대초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리라고 여겨졌던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비밀리에 작업을 진행해 성공했던 강기동 박사 등에 대한 기억들이다.



이날 특별공로상을 받은 김충기 교수는 "강기동 박사가 저 자리에 서서 이 상을 받아야 하는데.."하며 아쉬워했다.

곽노권 한미반도체 회장도 "진정한 한국 최초의 반도체 공장인 한국반도체를 설립했던 강기동 박사가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강기동 박사는 3년만에 한국을 방문했다가 반도체의 날 하루 전인 지난 28일 떠났다.

첫해의 아쉬움은 언제나 남는 것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잊히고 있는 한국 반도체의 역사를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반도체인들의 바람이다. 차제에 한국 반도체 명예의 전당을 조속히 만들어 반도체강국의 위상을 높이자는 목소리도 높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