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이 사는 법

머니투데이 홍찬선 MTN 경제증권부장(부국장) 2008.10.2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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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박 회장 재산 내놓고 직접 투자자 설득해야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이 사는 법


미래에셋이 창업 10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2085까지 올랐던 코스피가 930대로 55%나 폭락한 후유증으로, 주식형펀드가 대량으로 환매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창업 10년만에 최대 위기 맞은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



주식형펀드의 환매는 미래에셋의 성장기반이 무너진다는 것을 뜻한다. 미래에셋은 2005년초부터 불기 시작한 ‘적립식펀드 열풍’에 힘입어 한국의 최대 자산운용회사로 부상했고, 중국 싱가포르 인도 브라질 등에 자산운용회사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자산운용회사로 발전하기 위한 큰 그림을 실현하고 있다. 미래에셋과 박현주 회장의 운용능력을 믿고, 피땀흘려 번 돈을 미래에셋의 펀드에 맡겨준 수백만명의 투자자들의 덕분이다.

하지만 주가폭락으로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50%에 가까워지면서 투자자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투자자들의 고통은 이제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고 있는 양상이다. 박 회장과 미래에셋을 믿고 돈을 맡겼던 투자자들이 박 회장과 미래에셋을 더 이상 믿지 못하고 신뢰를 거둬들일 경우 박 회장과 미래에셋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산운용업과 금융업은 고객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하고, 고객의 신뢰를 잃을 경우 설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역사에서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박 회장과 미래에셋은 2001년에 이미 이런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1999년의 IT열풍으로 ‘박현주 펀드’가 100% 이상의 수익률을 낸 뒤 1년만에 수익률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4년여 동안 고객들의 외면을 받았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박 회장과 미래에셋이 지금 닥친 ‘투자자 신뢰 상실의 위기’를 얼마나 지혜롭게 극복하느냐가 박 회장과 미래에셋의 앞날을 좌우할 것이다. 박 회장과 미래에셋의 앞날은 한국의 주식시장은 물론 자본시장의 앞날과의 밀접히 관련돼 있다. 따라서 한국의 자본시장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비상하는 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박 회장과 미래에셋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본다.

박 회장과 미래에셋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할 3가지 일


박 회장과 미래에셋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3가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박현주 회장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CEO는 좋은 일이 있을 때 나서는 것이 아니라, 어려울 때 적극 나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내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임직원들이 모든 지혜를 짜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데 힘을 합하게 된다.

둘째 박 회장은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과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투자자들을 만나야 한다. 엄청난 손실에 고통을 겪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그런 고통을 주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위로하며, 어려운 시기를 참고 견뎌내도록 설득해야 한다. 박 회장이 전국을 돌아다니면 울분을 참지 못한 일부 투자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투자자들이 던지는 돌을 피하지 말고 맞으며 투자자들의 고통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셋째 박 회장은 그동안 미래에셋을 통해 번 돈을 투자자들에게 내놓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을 내놓으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지만, 미래에셋을 발전을 뒷받침해준 투자자들과 고통을 함께 하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박 회장이 스스로 재산을 내놓는 모습을 보여주면 투자자들도 울분과 원망을 자제하고 펀드 환매를 자제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박 회장, 死卽生의 자세로 위기 극복하려는 CEO 모습 보여줘야

진정한 리더, 훌륭한 CEO는 절체절명의 위기 때 빛을 발한다. 박 회장은 ‘죽기를 각오하면 살 수 있다’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투자자 앞에서 서야 한다. 박 회장이 모든 것을 던지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나서면 살 수 있다. 박 회장이 살면 미래에셋이 살고, 미래에셋이 살면 투자자와 한국 자본시장도 산다.

하지만 박 회장이 지금처럼 아무 말 하지 않고 나타나지 않는다면 박 회장과 미래에셋도 살기 힘들고, 투자자와 한국 자본시장도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박 회장이 스스로와 투자자가 모두 함께 살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 회장이 현재의 객관적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투자자들과 함께 한다는 철학에 바탕을 둔 명확한 판단을 근거로 결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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