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이라던 '금', 왜 계속 떨어질까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0.24 05:05
글자크기

펀드 현금확보 봇물… 달러 강세·신용경색 가세

전통적으로 금은 위기상황에서 가격이 급등하는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요즘엔 사정이 달라졌다. 역사상 유례없는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지만 금값은 상승은 커녕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급기야 23일에는 한때 온스당 7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 '사상유례없는 위기'..복합 요인 작용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선물 가격은 전날에 비해 온스당 20.50달러(2.9%) 하락한 714.70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가 사실상 파산, J.P모건에 인수되면서 금융위기의 막이 올랐을 당시에는 금값이 사상 최고가격인 온스당 1000달러로 치솟았었다.



그런데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으로 전이돼가며 글로벌 경기침체 그늘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금값이 바닥없이 추락하는 이유는 뭘까.
현재 진행중인 신용위기가 정상적인 '위기'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라는게 시장관계자들의 대답이다.

세계 금 위원회(WGC)의 애널리스트 나탈리 뎀스터는 "달러강세, 상품시장 레버리지 청산, 마진콜, 달러 숏-골드 롱 포지션 청산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금값이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마진콜·환매요청에 현금화 쉬운 금 매물 급증


특히 세계 증시 붕괴로 투자펀드들이 마진콜과 환매요청에 직면하고 있지만, 극심한 신용경색으로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현금화가 쉬운 금을 대규모로 내다팔고 있는 점이 최근 급락세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자금시장 상황을 상징하는 리보(런던은행간 대출금리)는 3월 베어스턴스 몰락 당시만 해도 3%선을 유지했지만 , 최근에는 7%에 육박할 정도로 신용경색이 극심화
됐다. 당시는 다우지수도 1만2000선을 유지, 투자자들의 환매요청이나 기관들의 마진콜이 현실화되지 않았다.



골드식 닷컴의 피트 스피나 대표는 "앞으로도 금을 비롯한 귀금속들이 펀드 붕괴와 이로 인한 청산매물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달러 강세 급반전, 포지션 청산 매물 가세

금융위기 심화로 달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달러/유로 환율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1.30달러 아래로 내려섰다.



베어스턴스 몰락 당시만 해도 달러/유로 환율은 1.50달러선을 기록, 달러화 약세 추세가 유지됐었다. 달러가치 투자자산인 금 가격은 유가와 마찬가지로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게 보통이다.

WGC의 뎀스터는 "차입을 통해 달러화 약세와 금 강세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이를 반대로 청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장기적으로 달러 하락 불가피, 금값도 상승 압력"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700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포함, 막대한 돈을 시중에 풀어놓고 있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유에스에이 골드의 선임 애널리스트 피터 그란트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유동성이 올해 금융시장에 공급됐다"며 "달러를 포함, 화폐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금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