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환율이 주가였으면 좋겠어요"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08.10.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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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이드카 수혜" 황당 농담도

"차라리 환율이 주가였으면 좋겠어요."
"현대차가 '사이드카' 수혜주래요."

주가가 대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23일 증권가에는 이젠 '공포'에 익숙해진 듯 자조 섞인 말들이 쏟아졌다.

'이제는 냉정을 찾고 선택할 때가 온 것 아니냐'며 코스피 지수 1000포인트 붕괴에 대한 우려감도 곳곳에서 들렸다.



◇지수 1000 깨질까요?='패닉'에 빠진 증시와 달리 이날 증권사 객장은 오히려 차분했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이상하리 만치 투자자들로부터 연락이 평소보다 더 없다"며 "지수 1000포인트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이제 선택의 시간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수 1000포인트 붕괴 여부는 투자자들이 인내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짓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떨어지는 칼날에도 굳은 마음으로 버틸 지, 아니면 투매에 동참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마지막 고민의 시간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절매 시기를 놓치거나 올 들어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판매한 ELS(주가연계증권)에 손이 묶인 투자자들은 한 숨만 쉬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사진=이명근 기자


한 개인투자자는 "가족 몰래 퇴직금 일부를 ELS에 투자했다"며 "계속 손실이 나면서 환매하려 했지만 증권사 직원이 만류해 참았는데 이제 어찌해야 할 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활황장에 입사한 증권사 신참들에게는 요즘 폭락장이 더 힘겹다.

지난해 초 입사한 한 증권사 영업직원은 "영업 경력이 짧다보니 투자자들 응대하기가 괴롭다"며 "일부 투자경력이 있는 고객들과는 술 한잔 하면서 푸념하며 풀지만, 지난해 꼭지에서 '장 좋다'며 처음 뛰어든 투자자들의 욕설과 항의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대차, 사이드카 수혜주?'=암담한 경제상황에 극도의 공포감이 더해지면서 각종 증시 농담도 나돌았다.

오후 2시 현대자동차 (250,500원 ▲4,500 +1.83%)의 실적 발표 후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며 5% 넘게 급등하자 '현대차가 최근 급격히 판매가 늘고 있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크' 수혜주로 밝혀졌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돌기도 했다.

올 들어 증시가 급락하면서 매매거래를 중단하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빈번하게 발동된 것을 빗댄 말이다.



A증권사가 내놨다는 '직관적인 바닥 증거'라는 주제의 시황 리포트도 메신저를 탔다.

'일간지1면 헤드라인에 주가폭락 기사, 투자설명회에 투자자 실종, 애널리스트의 공격적인 목표주가 하향조정 등이 바닥에 다가서는 증거'라는 내용이다.

철지난 예언가들의 이야기도 메신저를 통해 투자자들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하고 있다.



작년 12월에 이미 국내 유명 철학원 원장이 "올해 부동산 정책이 최대 고비를 맞으면서 서너 채 투기 했던 사람들은 괴로움이 커지고 물가도 오르며 대기업 한 곳이 크게 무너지는 등 제2의 IMF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내용이다.

금융권 종사자들의 잇단 자살 소식에 출근하자 마자 동료들 자리부터 보게 된다는 증권맨들도 많다.

한 증권사 영업직원은 "고객들의 투자손실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만 요즘 동료가 지각이나 결근이라도 하면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대차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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