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직하면 '그래도' 벤츠라고 할텐데"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10.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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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아가면 인정하는 꼴이 되잖아요"

지난달 서울 도심에서 일어난 벤츠 최고급 모델 S600차량이 일으킨 '급발진' 의심 사고의 한 부상자가 한 달이 지난 후 벤츠코리아 측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급발진 논란 사고의 다른 관련자들도 한결같이 "벤츠가 묵묵무답이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사고에 대한 해명은커녕 다친 데는 없는지 인사도 안 하더라"는 분노도 이어졌다. 일반인은 엄두도 못 낼 1억~2억원의 고가 자동차를 파는 회사답지 않다.



입장 발표가 있긴 했다. 이번 S600사고의 경우 벤츠코리아는 바로 다음날 "차량에는 이상이 없다"는 자체진단 결과를 내놨다. 그리고는 끝이었다.

사고 직후 해당 차량의 기어가 'P'에 있었고 운전석이 빈 상태에서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경찰조사에도, 전문가들의 급발진 가능성 제기에도 벤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건을 추적 보도하는 언론에게 노골적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벤츠가 보여준 일련의 태도에는 브랜드의 상징 '세 꼭지 별'이 나타내는 '땅과 바다와 하늘'을 아우르는 기상이나 100여년을 지켜온 '메르세데스', 즉 '자비'도 없었다.

벤츠가 버틸 만도 하다. 세계적으로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은 단 1건도 인정된 적이 없다. 그저 '의심' 사례만 무수하다. 막대한 실험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를 감당할 만한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연구를 안 한다. 관련 자료도 부실하다. 소비자보호원에는 분류조차 제대로 안 돼 있다.

비록 사건 발생 1달이나 지났지만 벤츠 본사 차원의 국내 현지 조사가 이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올 7월 유사사고까지 조사했다니 벤츠가 창사 이래 최초 급발진 관련 보고서를 어떤 식으로 낼 지 궁금하다. 파견된 기술진이 S600의 돌진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 화면을 보고 '기겁'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정직하면 '그래도' 벤츠라고 할텐데" 관련기사에 달린 국내 한 네티즌의 바람 앞에 벤츠 120년 전통이 부끄럽지 않길 바란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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