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우리생애 최고의 대박찬스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 대표이사 부사장 2008.10.2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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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만나는 기업인이나 금융사 사람들, 전·현직 관료들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관련,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간혹 있다.
 
앞으로 1~2년이 자기 인생에서 다시 없을 투자의 시기고,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릴 기회가 왔다고 판단하는 사람을 가끔 본다. 이들은 요즘 서두를 게 없다며 나라 안팎에 널려있는 매물만 보고 다닌다.

10년 전 IMF 외환위기 때 많은 부자가 새로 등장했음을 감안하면 100년 만에 한번 있을 지금의 글로벌 위기가 다른 한쪽에선 100년 만에 한번 오는 투자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이, 삼성과 현대차 SK LG 포스코와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같은 국내 기업들이, 그리고 무수한 이 땅의 개미들이 어떻게 하면 내 생애 최고의 대박찬스를 맞을 수 있을까.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야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대한민국부터 무슨 수단을 쓰든 국가부도 사태는 피해야 한다. 24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무차입에 가까운 기업 재무구조, 10% 이상의 은행 자기자본비율 등을 감안하면 지금 다시 10년 전과 같은 위기를 맞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부도를 피할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2400억달러의 보유액은 아주 충분하지는 않지만 세계적 금융불안이 진정될 때까지 버티는 데는 넉넉한 자금이다. 여기에다 환율과 금리라는 수단도 있다. 3가지를 적절히 믹스하면 된다. 물가나 고용지표 등은 당분간 무시해도 좋다.
 
그런 점에서 19일 정부가 발표한 은행들에 대한 1000억달러의 외화차입 지급보증이나 300억달러 규모의 외화유동성 공급 등은 과단성 있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또 하나 외신과 해외 신용평가기관의 협박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세계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여전히 트리플A이고 ‘가라앉는 느낌’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이 당장 부도 날 것처럼 보도했던 파이낸셜타임즈(FT)의 조국 영국은 지난해만 해도 1152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한국의 기업 가운데는 중견 건설사, 신설 조선사, 일부 외곽에 있는 중소 금융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제조업도 금융업도 그 본류에 있는 기업들은 튼튼하고 건전하다. 따라서 이들 입장에서 보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인내를 갖고 기회가 올 때를 기다리면 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 벌어지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GS의 용기 없음을 비웃고 파트너를 잘못 만난 포스코를 동정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포스코는 GS에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동정을 사야 할 쪽은 오히려 유력한 단독 인수후보 한화다. 대한생명을 인수해 우뚝 섰던 한화가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착각이다. 대한생명은 보험업종이 불황의 바닥을 탈출해 본격 회복되는 시점에 투자했기 때문에 큰 힘 들이지 않고 대박을 터뜨렸다. 이에 비해 조선업은 길고 긴 불황이라는 터널의 초입에 지금 서 있다. M&A는 타이밍이다. 두산의 밥캣 인수나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를 한화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산업은행으로선 이번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거액의 현금을 확보하는 절호의 기회지만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생각한다면 유찰시키는 게 최선이다. 혹시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다.
 
행여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농협이 지금도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생각을 한다면 빨리 접는 게 좋겠다.
 
지금은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현금확보가 최우선이다. 앞으로 투자할 매물은 널려있다. 그것도 아주 싼 값에 말이다.
 
그런 점에서 개미들은 특히 부족한 게 인내심이다. 지금은 일단 살아남아라. 한 푼이라도 모으면서 참고 기다려라. 우리 생애 최고의 대박찬스가 온다. 상황이 어렵다고 지나치게 불안해 하거나 공포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어려움 뒤에 기회는 오는 법이니까. 인생은 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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