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사 위기, 손보사에도 '불똥'

더벨 최명용 기자 2008.10.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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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보험 8000억원 인수 추산..보험사고 발생시 유동성 압박

이 기사는 10월15일(10: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중소 조선사들 위기론에 손해 보험사들이 좌불안석이다. 자칫 대규모 보험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재보험에 가입해 있고 구상권 행사도 가능하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업계가 인수한 RG보험의 보험금 규모는 8000억원선으로 추산된다.

그린화재가 1억5000만 달러(실제 담보액 2000만달러), 메리츠화재가 9000만달러 규모의 RG보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제일화재 등 중소형보험사 3곳도 수천억원 규모의 RG보험을 보유 중이지만 정확한 규모 공개는 거부했다.



RG보험(Refund Guarantee)은 선수금 환급보증으로, 조선사들이 선박 건조를 위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다. 정해진 기한 내에 선박을 건조하지 못할 경우 피해액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조선사는 RG보험에 가입해야 선주사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선박 건조를 시작할 수 있다.

RG보험은 주로 은행이나 외국계 대형 재보험사가 인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조선경기가 좋을 때엔 선주사가 대신 RG보험을 가입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신용 등급이 낮은 중소형 조선사는 은행권에 RG보험 가입이 어렵다. 이 시장을 중소형 손보사들이 겨냥하고 들어왔다.


조선경기가 활황을 보일 땐 RG보험의 리스크는 부각되지 않는다. 신규 수주가 계속되며 조선사 유동성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들어 중소 조선사들의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부 조선사는 은행권으로부터의 신규 자금 공급이 중단됐고, 일부는 사업을 거의 중단한 상태로 알려졌다.



지난해 수주한 선박들의 경우 제 날짜에 선박 건조가 어려울 전망이다. 대규모 보험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각 손보사가 부담할 비용은 보험가입금액대비 5~10% 내외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일시적으로 해당 보험사들이 유동성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RG보험은 선수금 지급분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 조선사는 선박 건조 공정 단계에 따라 10~20%씩 선수금을 받고 선박 건조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1000억원 규모의 벌크선이라면 200억원씩 5차례 선수금을 받아 건조를 한다. 공정이 80% 정도 지나면 200억원씩 4차례 선수금을 지급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 조선사가 부도가 나면 마지막 200억원에 대해 RG보험에서 담보해주게 된다.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는 우선 200억원의 보험금을 선주사에 지급하게 된다. 건조중이던 선박은 보험사 소유로 바뀐다.

보험사는 해외 재보험사로부터 80% 가량을 돌려받게 된다. 또 건조 중이던 선박의 잔존물을 재매각하거나 다른 조선사를 통해 완성시킨 뒤 되팔아 보험금 일부를 회수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RG보험 가입금액은 커 보이지만 재보험이나 잔존물 구상권을 통해 보험금을 대부분 회수하게 된다"며 "다만 재보험 처리 및 잔존물 처리에 시일이 걸려 단기적인 유동성 압박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금융당국은 재보험 브로커들의 RG보험 관련 사기에 대해 조사하고 해당 보험사를 통해 사법 처리를 의뢰했다. 재보험 브로커들은 RG보험의 재보험을 예정돼 있던 신용도 높은 재보험사에 출재하지 않고 엉뚱한 재보험사에 출재하는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가입한 재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능력이 떨어질 경우 RG보험 사고 발생시 보험금 피해액을 해당 손보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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