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은행간 외화거래 정부 지급보증을"

워싱턴(미국)=여한구 기자 2008.10.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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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기자간담회, 미국과 유럽의 지급보증 감안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은행간 거래(인터뱅크)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은행간 해외 달러 차입 자금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강 행장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은행간 거래에 지급보증을 한다면 우리나라도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야만 달러를 빌려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문했다.



강 행장은 "장기물에 대한 지급보증을 원하는게 아니라 오버나잇물 등 단기물에 대해서만이라도 정부가 지급을 보장해줘야 달러를 들여와 중소기업을 더 지원해주고, 원/달러 압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행장은 "만약 유럽과 미국에서 자국 은행간 거래에 대해서 보증을 해주는데, 우리 정부가 안해준다고 하면 세계 어떤 은행이 역외에서 달러를 들여올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에 달러를 빌려주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강 행장은 "예컨대 시티은행 입장에서 보면 미국 금융회사간 거래에 대해서조차 정부보증을 받게 되는데 아무 보증도 없고 신용도도 더 낮은 한국계 은행에 돈을 빌려줄 이유가 있겠느냐"며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하는) 수동적인 조치이지만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행장은 "세계 주요국가들이 지급보증을 해주고 우리나라만 안해주면 국가 신뢰도도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주면 은행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행장은 "은행들이 만기 돌아오는 것을 못갚을 상황이 오면 외환보유액에서 지원하겠다"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사실상 지급보증 효과를 내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그걸 좀 더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겨서 외화자금 시장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금융권을 대변한 이 같은 강 행장의 발언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우리나라 금융권이 달러 차입에 심각하게 지장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보다 과감한 비상수단을 써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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