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싼맛도 사라진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08.10.1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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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등으로 호주산 가격에 버금… 수입업체들 "마진 증발" 한숨

원화가치 하락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국내에 수입하는 업체들의 한숨이 높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호주산 쇠고기에 비해 미국산이 저렴하다는 강점이 희석된 데다 경기불황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여전히 유보하고 있는 대형마트들의 움직임도 업계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미국) 환율이 30% 이상 오른 반면, 호주달러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30% 낮아져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8월 말 미국산 쇠고기의 선적 수입이 재개될 당시, 국내 수입업체들은 1달러 당 1050원에서 1100원 사이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최근 환율은 1300원대로 올라섰다. 무려 30% 가까이 원화가치가 하락한 것.

반면, 미국의 쇠고기 수출 경쟁국인 호주의 달러 가치는 지난 7월1일 이후 미국달러보다 30% 떨어졌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국산 쇠고기 부위인 숏립(갈비)의 가격은 호주산 120일 곡물 먹인 숏립의 가격과 비슷해졌다.



미국육류수출협회는 "최근 2주간의 환율 급등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국제 도매가격이 높아졌다. 특히 호주달러 가치 하락이 미국산 쇠고기 경쟁력을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신세계 (154,900원 ▼1,300 -0.83%)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업계는 아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저울질 하고 있다. 최근 멜라민 파동으로 수입산 먹을거리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요가 높았던 식당들마저 최근 경기 불황으로 손님이 20% 가량 줄었다. 도매 거래마저 뚝 끊긴 것. 수입업체들은 수요도 많지 않은데, 가격을 높일 수도 없어 재고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한 수입산 육류도매업체 사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요가 늘기는커녕 거래가 없다. 환율까지 올라 이중고다. 지금 같아서는 수입 계약을 할 수가 없다. 팔린다 한들 마진이 증발한 셈이다. 육류시장은 한 마디로 패닉 상태"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육류수출협회는 지난 10일 한국육류수입협회(KOMIA, 회장 김태열)와 회의를 연데 이어, 내달 환율상승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미국육류수출협회는 "일단 미국산 고기의 수요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품질에는 자신감이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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