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경기' 다시 U턴?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0.0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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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6월말 "물가안정 국정운영 최우선"
- 유가안정-세계경제침체, 우선순위 변화
- 금리인하-재정지출로 조합 변화


9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경제정책 기조가 '물가안정 우선'에서 '경기부양 우선'으로 선회하고 있다.



지난 6월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자 정부는 '물가안정'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이후 '금리동결-환율안정'이라는 정책조합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최근 유가는 안정된 반면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세계경제 침체가 가시화되자 최우선 정책목표도 '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따라 악화되는 수출경기를 상쇄할 새로운 내수부양 방안이 강구될지 주목된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8월에는 경기보다 물가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지금은 무게중심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 빠진다면 언제든지 행동할 것"이라며 향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정부가 한은의 금리인하를 반기는 것도 정책 우선순위의 변화를 말해준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기준금리를 5.25%에서 5.00%로 0.25%포인트 인하하자 기획재정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통위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충분히 감안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정부 관계자도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금리를 내려도 물가에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은의 금리인하를 지지했다.


최근 강만수 재정부 장관의 최근 발언도 물가보다는 경기에 대한 우려 쪽에 치우쳐 있다. 강 장관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실물경제에 금융위기가 퍼져나갈 것으로 보고,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당시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한 '4%대 후반'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새롭게 내놓는 정책들도 물가안정보다는 내수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논란을 무릅쓰면서도 환헤지 통화옵션상품 '키코' 관련 피해기업들을 구제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량 중소기업 도산에 따른 실업난과 내수침체를 우려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8000억원 추가로 늘리는 방안도 발표했다. 강 장관은 이날 중소·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수출입은행의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5000억원 늘리고, 신용보증기금의 중소기업 매출채권보험 인수 규모도 3000억원 이상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는 오는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기간 중 중국, 일본 재무차관과 만나 공동 경기부양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논의 성과에 따라서는 국회 심의 중인 예산안에 일부 수정이 가해질 가능성도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물가가 안정돼야 경기도 좋다는 점에서 경기와 물가가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지금은 물가안정 못지 않게 다가올 전세계적 경기둔화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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