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 환헤지, 환율 폭등 조장

더벨 이승우 기자 2008.10.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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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 '묻지마'식 달러 매수..환헤지 비용 고객에 전가

이 기사는 10월08일(16:1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해외펀드를 운영하는 투신사들의 기계적인 환헤지 전략이 환율 폭등을 조장하고 있다.



해외 주식 시장이 폭락, 기존 환헤지분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시장 거래환율을 끌어 올리면서 달러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매도 주문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달러주문 호가(BID: 비드) 상승폭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8일 투신권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10억달러에 가까운 달러를 순매수했다. 이날 전체 현물환 거래 58억달러의 1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전날은 7억달러 매수.



달러 선물 시장에서도 투신권의 달러 매수세는 폭발했다. 이날 하루에만 1만323계약을 순매수했다. 한 계약이 5만달러로 대략 5억달러 이상을 사들인 것.



투신권의 달러 매수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해외 주식 시장이 폭락, 순자산가치(NAV)가 하락하면서 환헤지 규모를 줄일 필요가 생겼기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다. 해외펀드의 약정상 정해진 환헤지 비율 아래로 내려갈 경우, 다시 헤지 비율을 맞추기 위해 달러 선물환과 선물 등을 더 사야한다.


예를 들어 80%로 헤지비율을 책정한 해외펀드의 경우, 100억원의 자산가치가 80억원으로 하락하면 80억원의 80%에 해당하는 64억원에 대해 헤지를 하면 된다. 이 경우 이미 헤지(선물환·선물 매도)한 금액(80억원)에서 16억원어치 헤지를 풀어야 한다. 달러 선물환과 선물 매수를 해야 하는 것.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세계 증시가 폭락하면서 해외펀드의 환헤지 관련 달러 매수세가 최근 환율 급등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달러를 사는 방식에 있다. 전날 NVA 하락에 맞춰 헤지비율을 기계적으로 맞추다 보니 외환시장의 환율 호가에 상관없이 무조건 달러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비싼 가격에 달러를 산다 하더라도 NAV는 환헤지 비용을 포함시켜 산정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그 비용을 전가시키면 된다.

투신사 한 관계자는 "전날 해외 주식이 크게 하락하면 다음날 정해진 환헤지 비율을 맞추기 위해 NAV 하락에 맞춰 그만큼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투신권의 달러 매수 주문이 외환시장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기계적이고 원칙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신권의 달러 매수 주문이 들어오면 달러 매수 호가(비드)가 5원 가까이도 뛴다는 것이다.

외국계 은행 한 딜러는 "고객 돈이어서 그런지 환율 호가를 보지도 않고 무조건 달러 매수 주문을 내고 있다"며 "해외펀드 때문에 서울 외환시장이 붕괴되기 직전"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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