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환헤지했더니 원금 잃고 환차익 날리고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8.10.08 16:56
글자크기

환헤지 안한곳 수익난곳도...환헤지여부 따라 해외펀드 희비갈려

주부 정모씨(53)는 요즘 환율 얘기만 하면 속터진다. 일 년 전 일본 펀드를 가입할 당시 원/엔 환율은 100엔당 770원대 후반. 환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를 선택했다면 지금 80%에 육박하는 환차익을 거뒀을 터였다.

그러나 정씨는 '환율 변동 위험은 차단하는 게 안전하다'는 은행 직원의 말만 듣고 환헤지 펀드를 가입했다.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손실이 40%까지 나진 않았을 것이다. 환에 노출된 펀드에 잘못 투자했다며 걱정하던 친구가 요즘 좋아하는 걸 보면 배가 다 아플 정도"라는 게 정씨의 솔직한 심경이다.



예상치 못한 환율 상승으로 해외펀드 투자자들의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비중이 높은 주요 이머징 증시의 급락으로 수익률이 악화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환헤지 비용까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환 변동에 노출된 펀드에 투자했다면 쾌재를 부르겠지만 국내 투자자들 대부분은 환헤지 펀드를 선택했다.

8일 펀드평가사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일본, 중국, 유럽 등에 투자한 해외펀드 70개 가운데 환헤지 여부에 따라 올들어 수익률 차이가 9~32%포인트에 이른다.



해외펀드, 환헤지했더니 원금 잃고 환차익 날리고


원/엔 환율이 1390원에 이르면서 일본 펀드의 희비가 가장 극명하다. PCA투신운용의 '일본대표기업주식' A클래스의 경우 환헤지를 한 1호펀드는 연초 이후 28.93%의 손실을 낸 반면 헤지를 하지 않은 2호펀드는 4.05%의 수익을 냈다. 'KB일본블루칩셀렉션주식형자' A클래스는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32%포인트까지 난다.

'삼성글로벌Water주식종류형자A'도 헤지형의 수익률은 -26.91%, 노출형은 -4.9%이며, 지난 7월 말 출시된 '푸르덴셜중국본토주식자A'은 1개월 동안 헤지형이 1.24% 손실을 본 반면 노출형은 8.68%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내 운용사는 점차 환 헤지형과 노출형 해외펀드를 동시에 설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외국계 운용사는 해외에 설정한 역외펀드는 헤지를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투자자들이 직접 헤지 여부를 선택할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판매사에 따라 투자 금액의 약 0.2~0.3% 가량을 헤지 비용으로 부담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은행을 통해 모 운용사의 역외펀드를 가입했던 고객들 가운데 환율 급등에 따른 환헤지 재계약을 위해 추가 비용을 내지 않으면 펀드가 해지된다는 통보를 받은 경우도 있다. 주가 급락으로 원금 손실이 나면서 은행과 환헤지 재계약에 필요한 증거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외펀드 투자시 항상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게 옳다고 보는 건 위험하다. 요즘처럼 환율이 오르는 경우는 환 차익을 누릴 수 있지만 환율이 하락하면 환헤지로 미래 환율을 현재 수준으로 묶어 놓는 게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장성문 피델리티자산운용 투자서비스팀 이사는 "단기 흐름을 보고 환헤지 여부를 결정하는 건 위험하다"며 "장기 투자자라면 환율 효과를 제한하고 펀드 수익을 온전히 누리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환율 변동이 걱정이라면 다양한 지역에 투자해 통화를 분산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