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에 놀란 은행권 "엔화 대출 점검중"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반준환 기자 2008.10.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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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1년새 61% 급등

일본이 금융위기의 안전지대라는 인식으로 엔화가 초강세를 띠면서 은행권이 엔화 거래가 많은 중소기업의 현황 파악에 착수했다.

원/엔 환율이 상승하면 엔화 대출을 받은 기업의 상환부담이 커지고 연체율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과 수출입 거래가 많은 곳은 통화옵션상품에서도 손실을 입을 수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각 은행들은 중소기업의 엔화 대출 및 통화옵션상품과 관련된 중소기업 거래현황을 확인하는 한편 피해대책을 논의 중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휘청이면서 달러뿐 아니라 엔화환율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10월1일 100엔당 798.90원에서 이날 1290.29원으로 상승률이 무려 61.5%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중소기업 등의 엔화 관련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있다"며 "일단 현업부서나 일선 지점에서 리스크요인을 분석한 뒤 은행 본점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달러화에 비해 엔화는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이 이뤄졌을 뿐 아니라 거래규모도 상대적으로 작다"면서도 "조만간 엔화관련 리스크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대책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이 기업에 취급한 엔화 거래 유형은 기업 대출과 통화옵션상품으로 크게 2가지다. 대출은 엔캐리트레이드와 연관된 것으로 국내 금융기관은 연 2~3%에 불과한 금리로 일본에서 돈을 끌어와 기업에 대출해줬다.

원화 대출보다 금리가 낮은데다 엔화 환율이 계속 하락, 기업들은 '환차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이러다보니 은행도 기업도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고 최근 하나 둘 문제가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엔화 대출의 경우 돈을 빌릴수록 환차익이 커져 대출액이 줄어들 정도라 기업들이 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금융당국이 엔캐리 자금의 문제점을 지적한 후 거래가 줄기는 했지만 미상환 대출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테면 지난해 9월초 원/엔 환율 800원대에서 1억엔을 대출받았다면 원화로는 8억원이 된다. 그러나 상환시점에서 환율이 1300원이라면 상환액이 13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환율의 추가 상승이 점쳐진다는 것은 더욱 우려스런 대목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키코(KIKO·Knock-In Knock-Out) 같은 통화옵션상품에서 거래 손실을 입은 중소기업들도 일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엔화 통화옵션상품이 적었고 거래도 많지 않아 불거지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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