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외환위기' 차단, 전방위 대응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0.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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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외환시장 투기세력 점검"
- "개별은행 달러 직접지원도 가능"
- 전문가 "키코 해결 선행돼야"


외환시장에서 '달러 사재기'가 벌어지고, 은행권에서는 '달러 기근'이 날로 심해지는 가운데 정부가 '외환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총력대응에 나섰다.



"가용 외환보유액은 넉넉하다"는 주장마저 먹히지 않자 정부가 이제는 새로운 카드를 내보이고 있다. 외환 투기세력에 대한 점검에 나서는 한편 달러화 부족으로 위험에 처한 개별 은행에는 외화유동성을 직접 지원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투기세력 점검"= 정부는 7일 청와대 서별관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열고 외환시장에 지나친 '왜곡요인'이 있는지 감독당국을 통해 점검키로 했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왜곡요인'이란 투기세력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환율 폭등세가 진정되지 않자 '투기세력 색출'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든 셈이다. 외환시장에 대한 일종의 '엄포'다.

그러나 이번에는 명분이 있다. 평소 100억달러에 달하던 외환시장 거래량이 최근 50억달러 안팎으로 줄어든 가운데 환율이 줄곧 급등했다는 점에서 투기적 의도를 가진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 차관보는 "최근 환율 움직임을 보면 뭔가 냄새가 난다"며 "거래량이 적을 때 급변동하는 것은 변이적인 부분들"이라고 말했다.


환율 급등에 제동을 걸기 위한 실개입도 이뤄졌다. 환율이 장중 한때 1350원대로 치솟자 당국은 외환보유액의 달러화를 풀어 1320원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그러나 환율은 다시 상승폭을 늘려 결국 전날보다 59.1원 뛰어오른 1328.1원으로 장을 마쳤다.

◇"개별은행 직접지원도 가능"= 정부는 은행권 외화유동성 부족에 따른 위기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후속 카드'를 일부 공개하는 전략도 구사했다.

신 차관보는 이날 재정부 기자실 브리핑에서 "은행이 정 어려우면 개별 은행에 외화유동성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외화자금시장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은행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해왔다.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 단계에 대해 신 차관보는 "은행의 외화자산 매각을 유도하고 있는 만큼 3단계 중 2단계 초반으로 넘어가려는 수준인 것으로 안다"며 "비상계획의 마지막 단계는 자본통제"라고 말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달러 기근' 해소에 적극 동원됐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이날 재정부 국정감사에 출석, "금리가 조금 비싸더라도 연말까지 30억~40억달러 정도를 조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의 심리는=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호소도 이어졌다. 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및 이코노미스트 15명과 간담회를 갖고 현재 외채, 외환보유액, 외화유동성, 국내은행 건전성 등의 현황을 설명했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여러 경제 변수로 볼 때 현재 상황은 외환위기와는 다르다"며 "금융시장 불안으로 경기 둔화가 우려되지만 외환위기와 같은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환헤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관련 손실 문제가 원활하게 처리되고, 10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경우 극심한 '달러 부족' 사태는 일단 진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증권 부사장은 "환율이 오를수록 키코 관련 손실이 급격하게 불어나는데, 은행들이 키코 손실을 떼일 위험 등에 대비해 미리 달러화를 확보해두려는 과정에서 '달러 부족' 현상이 심해지는 것 같다"며 "금융시장이 안정되려면 이에 대한 해결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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