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환율 진정이 우선이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0.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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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안정없이 반등 넌센스…외환보유액으로 환율 안정

코스피지수가 1350대로 주저앉으며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차트상으로 볼 때 지난달 30일 장중 70포인트가 넘는 대형 양봉도 발생했지만 기록상으로는 6일 연속 하락이다. 지난달 25일 종가(1501.63)부터 이날 종가(1358.75)까지 하락률이 10%에 이른다.

지난주말 뉴욕증시는 물론 이날 일본 닛케이, 대만 가권,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지수 등 아시아국가의 상당수 증시가 연저점을 경신할 정도로 글로벌 증시는 위기 국면이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격언도 있고 최악의 상황에 빠지면 반전의 계기가 나타나게 마련이라지만 작금의 현실에서는 어떠한 희망을 갖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질 정도다.

구제금융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했고 미대통령이 즉각적으로 비준동의에 나섰지만 구제금융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봤던 만병통치약이 투여도 되기 전에 효능을 의심받는다면 과연 즉시 가용할 수 있는 2500억달러가 어떤 성과를 낼지 미지수다. 수십∼수백조달러에 달하는 파생상품의 규모에 비해 1/100도 안되는 돈으로 무너지는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가당치 않은 얘기다.



이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금융위기가 실물로 전이됐다는 신호다. 설사 금융시스템이 붕괴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경제 펀더멘털에 균열이 생기고 기업실적과 개인소비가 타격을 받는 상황이라면 망해가는 금융권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준다고 해서 경기가 살아나는 게 아니다.

아일랜드, 그리스에 이어 독일이 개인예금 전액을 보장해주는 조치를 취하고 미국과 영국처럼 예금보호한도 상향조정에 나서는 것은 모두 뱅크런의 싹을 자르기 위함이다. 펀드런을 넘어 뱅크런 가능성을 각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정상을 찾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서울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원/달러 환율을 보면 연저점을 경신한 코스피증시 따위는 비교될 정도가 아니다. 장중 1290원까지 무려 66.5원이나 폭등하는 환율을 옆에 놓고 증시가 폭락하지 않은 것에서 오히려 위안을 찾아야할 정도다.


지난해 10월말 899.6원에서 1년만에 41% 치솟았고 최근 2개월 사이에 25% 급등한 환율이 제어되지 않고서는 증시 회복은 불가능하다. IMF외환위기 때는 외환보유액이 고갈돼 그렇다고 쳐도 현재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200억달러도 풀지 않을거라면 2600억달러 넘게 쌓았던 외환보유액을 어디다 쓸려고 버티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200억달러든 2000억달러든 실용적인 의미에서 규모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200억달러가 충분할 수도 있고 2000억달러가 부족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은 모두 운용의 묘와 제대로 된 대응에 달렸는데 현재 상황은 꼬이고 또 꼬였다"고 말했다.



전쟁 억제책으로 온갖 첨단 군사장비를 확충해왔는데 막상 전쟁이 터진 현재 중화기 정도로만 전선을 지키려한다는 비아냥이 당국의 일각에서마저 흘러나오는 셈이다.

향후로도 무역·경상수지 적자행진이 끝없이 이어지고 IMF 당시처럼 당하지 않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최후의 보루로 아끼는 것이라면 이미 증시의 운명은 끊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에서 최소한의 대외지급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달러를 움켜쥐고 있는 것이라면 이미 생존의 차원을 염두에 둔 비상상황에 돌입한 것이지 증시 회생을 논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기관이 부실 청산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레버리지를 축소하는 판에 통화가 절하추세로 굳어지는 국가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자산을 매각해 철수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700조원으로 쪼그라진 코스피 시가총액 중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30%를 전량 처분해 달러로 바꾼다고 해도 2000억달러가 되지 않는다.



외국인이 전면 철수를 한다고 해도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들고서 세상의 어떤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 일변도를 보이고 있는 원화가치를 방치하는 것은 한국 자산에 대한 투매를 유도하는 것과 결과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이다.

증시 몰락을 막으려면 우선 어느정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환율에 대해서부터 통제력을 발휘하는 것이 급선무다.
환율의 무분별한 폭등세가 제어되면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한줄기 햇살이 비칠 수 있을 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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