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우조선 투자 왜 눈치보나?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8.10.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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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전 참여 두고 '갈팡질팡'… '보이지 않는 손' 작용설도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막판에 미적미적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당초 1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인수전의 최대 변수로 꼽혔다.

대우조선해양 본 입찰 마감(13일)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연금 행보가 안개속이다. 3개 인수후보 기업에 모두 투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가 하면 아예 아무 곳에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란 철회설, 우선협상자 선정 후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다양하다.



국민연금은 2일 대우조선해양 (31,250원 ▼800 -2.50%) 투자 문제를 다룰 예정이던 대체투자위원회를 내주 중반으로 다시 연기했다.

이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들'의 힘겨루기 여파로 국민연금이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측은 불참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촉박한 일정이나 지연 사유 등을 감안하면 불참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민연금의 혼란스런 행보 때문에 국민연금 자금을 유치해보려던 인수후보기업들이 본 입찰을 코앞에 두고 지분 배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시장에서 일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오늘 대체투자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며 "최근 금융환경이 급변해 이번 투자건에 대해서는 조금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최근 상황에 따라 투자의 외연이 더 넓어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른 인수 기회가 더 많아져 대우조선에 연연할 필요가 줄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참여에 부정적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만 결론을 내릴 때까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며 "내주 중반 대체투자위원회를 열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뒤늦게 참여를 결정하더라도 인수전에 가세할 여지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시한이 촉박한데다 주요 후보들이 컨소시엄 구성을 마쳤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다. 매각 일정상 약 열흘 후인 13일이 본입찰 접수 마감이지만 컨소시엄 구성 내역은 입찰 3일전까지 산업은행측의 스크린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휴가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남은 시일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물론 국민연금이 갖는 상징성 등 메리트가 큰 만큼 전격적으로 참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국민연금의 최종 결정이 지연되면서 각 인수후보 진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조원 이상의 뭉칫돈 투자를 밝혔던 국민연금이 투자 여부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다른 투자자들의 유치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 인수후보 기업 관계자는 "지분 배분 등을 확정해야 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마냥 기다리라고 할 수 없다"이라며 "국민연금 없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사결정 지연에 대해 국민연금의 '눈치보기' 결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재무적 투자자로서 다수 후보 중 한 곳을 고르는 것은 당연한 의사결정 행위지만 세 후보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의사결정을 지연한다든가 동시 지원 등을 검토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권 등 '보이지 않는 손들'의 힘겨루기에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연금은 당초 지난달 30일 대우조선 투자 관련 내용을 확정지을 예정이었으나 이날로 연기됐고 이날 역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민연금이 3개의 사모펀드를 통해 각각이 컨소시엄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에 대해서는 어이없어 하는 분위기마저 있다.

이번 인수전에서 1개 재무적 투자자가 여러 인수후보자들에게 돈을 대는 중복 지원이 금지돼 있다. 국민연금은 이를 피하기 위해 3곳의 인수후보자에게 돈을 대되 각각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이들을 통해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SPC가 모두 다른 이름으로 만들어지니까 중복 지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어차피 국민연금 주머니에서 나오는 같은 돈인데 다르게 볼 수 있느냐는 시비가 생길게 뻔하다.

이날 국민연금측의 대체투자위원회가 열리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참여 방안에 대한 실무적인 검토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결정이 이렇게 지연되고, 공동 지원이 검토되는 것을 보면 '큰 손'의 작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정부 첫 대형 딜인데 뒷말을 남기면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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