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증시판 '이수일과 심순애'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08.10.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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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에 반한 심순애는 이수일을 떠나려 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수일은 달빛 어린 대동강가 부벽루에서 심순애를 달래도 보고 꾸짖어도 보았으나, 한 번 물질에 눈이 어두워진 여자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지요.

고전 신파극의 대명사 '이수일과 심순애' 모양새가 증시에서 재연되고 있습니다. 코스닥 시가총액1위로 코스닥의 아이콘이라 할 NHN (159,900원 ▼700 -0.44%)이 주가 재평가 등의 이유로 코스피 시장으로의 이전 상장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NHN은 1~2달 내에 결론을 낸다는 입장입니다. NHN의 이전을 바라지 않는 코스닥시장본부 측에서는 어지간히 애가 타는 눈치입니다. 거래소 인사들은 최근 잇따라 NHN의 이전을 만류하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곽성신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이 지난 19일 "떠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데 이어 30일에는 이정환 거래소 이사장도 "NHN이 코스닥시장에 남도록 권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이사장은 "거래소가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필요하다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는 등 코스닥 잔류를 권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NHN은 이 같은 분위기가 영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코스닥 시장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NHN이 가능했겠느냐, 코스닥의 상징이 시장을 떠날 수 있느냐"는 눈총이 제기되고 있는 터입니다. 거래소까지 은근히 "있어주길 바란다"고 압력을 넣는 것이 편할 리 없겠지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상황이 단순히 이수일과 심순애의 재연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코스닥시장의 문제는 단순히 NHN이 떠나고 안 떠나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NHN을 도의적인 이유로 잡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코스닥시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왜 대장주마저 떠나려 하는 것인지, 대책은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NHN이 어떤 식의 결론을 낼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외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실리를 위해 마음먹고 떠날 수도 있고, 의리 때문에 눌러 앉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체질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NHN을 잡는 데만 열을 올린다면 NHN은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코스닥을 떠날 지도 모릅니다.

거래소와 NHN의 줄다리기가 신파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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