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등에 딜링룸은 '패닉' 상태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임동욱 기자, 권화순 기자 2008.09.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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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원도 넘어서나" 도시락 점심에 비상 근무

"지금 상황이요? 한마디로 전쟁입니다. 자칫 1200원선도 돌파할 지 모르겠어요."

29일 오전 11시20분경 원/달러 환율이 1197.8원을 찍는 순간, 각 은행 딜링 룸에는 너나할 것 없이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이 시간 외환은행 딜링룸. 수출입기업들의 주문전화가 폭주하는 탓에, 딜러들은 양손에 1개씩 전화기를 드는 것도 모자라 책상에 1~2개씩 수화기를 올려놓고 있었다. 여기저기 울리는 벨소리에 딜러들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주문 직전 이상을 발견했는지 "어휴 이런 깜짝이야"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오늘처럼 원/달러 환율이 요동을 친 날에 '비드(사자)'와 '오퍼(팔자)'주문에 착오가 생기면 엄청난 사고가 된다.

이 은행 딜러는 "오늘 같은 날은 딜러와 고객, 모두가 정신이 없어 대형사고가 터지기도 한다"며 "아마 집에서 급한 연락이 와도 전화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환율폭등에 딜링룸은 '패닉' 상태


점심시간에도 딜링룸의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다. 시장이 워낙 급변한 탓에 각 은행 딜링룸 직원 대부분이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면서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딜러는 끊이지 않는 주문 때문에 도시락에는 10분 동안 젓가락만 올려놓고 있었다.

예전에는 별다른 주문이 없으면 외부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시장동향을 파악하곤 했는데, 이젠 대부분 저녁 약속을 잡거나 전화기를 통해서만 정보가 오간다는 전언이다.

우리은행 딜링룸 역시 같은 풍경이 연출됐다. 사무실 식사가 오랫동안 굳어지며 점심메뉴가 김밥, 도시락, 컵라면 등으로 다양해진지 오래다. 딜러들은 10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양치질은 거른다. 밥 먹고 물로 입안을 행구는 게 고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제 때 점심을 먹은 게 손에 꼽힌다"며 "특히 오늘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려서 식사는 커녕 물 마시러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조차 어렵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에도 비상이 걸렸다. 각종 경제전망에 변동이 불가피해졌을 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급등에 따른 은행권 외화유동성도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재정부가 외환시장 안정대책을 언급한 것도 한은에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은 쪽 실무자와 통화했더니 급등하는 환율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분위기더라"며 "한은 쪽 시각을 물으려 했는데, 반대로 질문만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시장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한은에서도 점심을 거르고 보고서를 준비하는 직원들이 상당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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