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25일(11:2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KIKO에 가입해 큰 손실을 봤다고 해서 모두 태산엘시디의 전철을 밟지는 않는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 규모 내에서 헤지를 했다면 KIKO 옵션의 손실과 수출대금에서 얻는 환율 평가이익은 서로 상쇄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대대적으로 팔린 이른바 '윈도우 KIKO 통화옵션'은 기존의 헤지상품의 단점을 크게 보완한 상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문제는 환율이 예상범위를 크게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은행과 기업들이 간과했다는 것과 KIKO를 헤지용 이상으로 써먹은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데 있다.
KIKO(키코)와 PIVOT(피봇) 등 환헤지 파생상품으로 오버헤지를 한 기업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무한 손실 가능성에 노출됐다. 환헤지 계약의 만기가 길고, 환율이 오를수록 손실은 더욱 커진다.
이외 더벨이 코스닥 한 업체의 KIKO 계약을 분석한 결과, 월 수출액 대비 200%에 가까운 환헤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업은 이미 6월말 현재 800억원이 넘는 손실(확정손실+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손실금액이 자기자본의 90%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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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같은 오버헤지 기업이 지난 6월말 현재 71개사에 달한다. 이 기업들의 평균 헤지 비율은 166.7%다. 실제 수출로 벌어들이는 금액의 66.7%에 해당하는 외화를 어디선가 비싸게 구해와 은행에 싼 값에 넘겨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작년 말과 올해 초 KIKO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환율이 이미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콜옵션 매도의 효과가 발생한 넉인(Knock-In)상태라고 볼 수 있다. 계약 이행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오버헤지된 달러만큼을 직접 사야한다는 것으로 실제로 이 같은 달러 매수세가 이미 포착되고 있다.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른다면 손실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손실을 버티다 못해 결국 백기를 들어 버린 태산엘시디 같은 기업들이 줄줄이 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외환 전문가 한 관계자는 "환율이 추세 상승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KIKO와 PIVOT 등으로 환헤지를 과도하게 한 중소기업들이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줄줄이 부도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 'KIKO 거래 현황 및 대책'을 발표한 감독당국은 오버헤지 기업 명단 공개를 극구 꺼리고 있다. 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KIKO로 자금 문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할 것이라 밝힌 것을 감안, 오버헤지 기업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