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證, 공개매각 U턴… 몸값 높이기?

더벨 김용관 기자 2008.09.2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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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와 프라이빗 딜 추진하다 방침 전환

이 기사는 09월24일(17:0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유진투자증권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원매자는 물론이고 매각 주관사 선정을 놓고도 말이 많다. 확정된 것은 없고 설만 나돌고 있어 몸값을 높이기 위한 유진그룹의 작품이 아니냐는 관측도 돈다.



당초 유진투자증권 (4,820원 ▲35 +0.73%) 매각은 공개 매각이 아닌 프라이빗 딜이었다. 당시 교섭 대상은 HSBC였다. 증권업 진출을 내심 희망하면서 적당한 규모의 매물을 기다려온 HSBC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유진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양측은 2000억원대 미만이라는 구체적인 가격까지 논의하는 등 입장 차이를 상당부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진투자증권 내부에선 HSBC로 경영권이 넘어갈 것이란 소문이 수개월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HSBC측도 유진투자증권 인수 이후 조직 통합 등 구체적인 합병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9월 들어 갑자기 상황이 돌변했다. 유진그룹이 KTB투자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 유진투자증권 매각에 나선다고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다. 유진그룹도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유진투자증권 매각을 기정사실화했다. 프라이빗 딜이 공개 매각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매각 주관사도 당초 KTB투자증권을 염두에 뒀지만 지난 23일 삼성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내부적으로 최종 확정했다.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상황이 변하자 인수 후보군도 난립하기 시작했다. HSBC는 물론이고 롯데그룹, KB투자증권, HMC투자증권, GS그룹 등 잠재 후보군이 잇따라 등장했다. 특히 KB금융지주의 계열사인 KB투자증권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강찬수 전 서울증권 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업계에선 파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진투자증권을 잘 알고 있는 강찬수 전 대표가 증권사 인수를 추진 중인 KB측에 다리를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KB투자증권(옛 한누리증권)을 인수했지만 규모가 작은데다 지점이 없어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태. 하지만 유진투자증권을 인수할 경우 KB투자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임직원 1200여명, 점포수 50여개를 보유한 종합증권사로서의 도약이 가능해진다.



KB측도 "KB금융지주 설립 후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유진투자증권을 포함한 여러 인수합병(M&A) 대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KB는 보유 중인 ING생명 지분 14.9%를 ING그룹에 전량 매각하는 등 실탄 마련에 나서 이같은 의지에 힘을 실었다.

순식간에 KB투자증권이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른 셈이다. 반면 인수가 거의 확정된 것으로 여긴 HSBC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이와 관련 M&A 업계에선 유진그룹이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같은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다수의 잠재 후보군을 선정, 비딩(입찰)에 부쳐 인수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매각 가격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몸값을 높이려는 유진그룹의 전략이 읽혀진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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