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하이킥' 크로캅도 세월 앞에 장사 없네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8.09.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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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하이킥' 크로캅도 세월 앞에 장사 없네


2006년 9월 10일 미르코 크로캅(크로아티아)은 꿈에 그리던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크로캅은 이날 조시 바넷을 꺾고 프라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과 '불꽃' 하이킥에 팬들은 환호했다. 이 때 크로캅은 어느 누구와 맞붙어도 승리를 따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유난히 챔피언 벨트와는 인연이 없어 우승 경험은 많지 않지만 'K-1'과 '프라이드' 시절 크로캅의 스탠딩 기술과 하이킥은 누가 뭐라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이때까지 프라이드 소속이었던 크로캅은 'UFC'로 자리를 옮긴다. 2007년 2월 그는 UFC 첫 경기에서 크로캅은 에디 산체스를 누르며 기분 좋게 재출발하지만, 2번째 경기에서 가브리엘 곤자가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다.

크로캅의 몰락 가능성이 처음으로 대두된 것은 지난해 9월 8일 칙 콩고와의 경기부터다. 크로캅은 경기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0대3 만장일치로 판정패 당했다. 데뷔 이후 첫 2연패였다. 경기 후 크로아티아에 도착한 크로캅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늙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UFC에서 쓴 맛을 본 크로캅은 일본의 '드림'으로 소속을 옮겼고, 올해 초 무명선수 미즈노 타츠야를 상대로 1승을 거뒀다.

크로캅은 그러나 지난 23일 열린 '드림6 미들급 그랑프리 2008 결승전 헤비급 원매치'에서 알리스타 오브레임와 경기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더 이상 '천하무적'이 아님을 팬들에게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이날 경기는 크로캅이 급소를 공격당해 무효경기로 끝이 났지만, 경기 내용만으로 보면 오브레임의 완벽한 승리였다. 오브레임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체력과 힘을 내세워 크로캅을 압박했다.


반면 크로캅에게서는 예전의 스피드와 강력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브레임은 클린치 싸움에서 크로캅을 압도하면서 그를 쓰러뜨렸고, 크로캅은 무기력하게 그의 공격을 맞아야 했다. 오브레임이 실수로 크로캅의 급소를 공격하지 않았더라면 경기는 크로캅의 패배로 끝났을 것이다.

이제 크로캅에게 기회는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미 수차례 소속을 옮긴 크로캅이기에 드림에서 적응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갈 곳은 없다. 만약 다음 경기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는 더 이상 '불꽃 하이킥' 크로캅이 아닌 평범한 격투기 선수 크로캅으로 불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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