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은 튤립이 아니다

박정수 현대미술경영연구소 소장 2008.10.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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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미술 고유의 가치와 재테크

식민지 쟁탈이 극에 달하던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튤립투자 열풍이 있었다. 알뿌리 하나의 가격이 보통 월급자의 40배에 달하는 등 튤립투자 열풍이 세계를 휩쓴 사건이다. 당시의 화가 얀 반 고이엔(Jan Van Goyen 1596~1656)이라는 사람도 아주 많은 돈으로 튤립 알뿌리에 투자 하였으나 가격이 95%나 폭락하여 평생 빚 독촉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하였다. 프랑스의 절대군주 루이14세 역시 매년 수백만개의 뿌리를 수입하였다가 1637년 튤립 주가폭락 이후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였다고 하니 그 열풍을 과히 짐작할 만하다.

‘돈 되는 미술품’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이 심심찮은 것을 보면서 혹 미술품을 튤립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저어된다.



미술은 태고 적부터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재해 왔다. 주술의 수단으로 때로는 종교나 왕권의 권력과 함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왕권의 확립을 위해 절을 짓거나 탑을 세우기도 하였다. 황실에 화원을 두어 글로서 기록하기 어려운 상황을 제작하게 하여 후대에 보다 나은 사회구조 발전에 초석이 될 수 있게 하였다. 이집트에서 왕권과 권력의 추종세력에 의해 거대한 피라미드가 형성 되었고, 4세기부터 14세기에 이르는 기독교의 역사에도 미술은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 되었다. 초기에는 문맹인들의 포교를 위해 기독교적 입장이 동굴벽화로 제작되었으며 이후에는 권위와 상징을 위한 많은 건축물과 미술품들이 제작된다.

15세기 이후 십자군전쟁 등으로 인해 교권과 왕권이 약화되는 틈을 타 독립적 자치 도시로 형성된 르네상스시기에는 새로운 형식의 예술이 등장한다. 교황이나 왕들이 사용하던 예술의 장르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과거와는 상이한 문화예술을 경쟁적으로 수용하여 자신들의 권위와 권력의 상징으로 삼았었다.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는 너무나 다양하게 분화된 사회구조에 의해 각양각색의 형태와 방식으로 인간사회의 발전과 진화를 위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



미술품이 돈 된다는 열풍으로 인해 미술의 본래적 가치와 존재이유가 ‘돈 되는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미술에는 사회적 가치로서의 미술품과 사용 혹은 장식적 가치로서의 미술품이 공존하고 있다. 사회구조의 진화에 따라 사회적 가치로서의 미술품이 경제 가치로 인정되면서 미술투자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그리하였으나 최근에 시작된 우리나라의 미술품 소동(?)에 의해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미술이 권력의 상징으로만 존재한다고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예술은 인간의 경험과 정신적 사유를 통해 드러내는 사회적 산물이다. 예술은 인간의 정신 진화를 위해 존재한다. 문화라고 하는 거대한 영역 안에 예술문화는 극히 일부로 자리하지만 사회구조의 진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며 아주 중요한 영역의 문화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문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문명인 이상 미술품이 문명의 도구인 재화가치로서만 취급되어서는 곤란하다. 다만 자유시장경제안에서 돈과 교환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 덕목이기 때문에 사고파는 사이의 이윤을 추구할 따름이다. 좋은 미술품은 사회적 정보와 인간의 진화를 위한 정신적 도구로 자리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책임져야만 한다.

미술재테크는 주식과 같이 손쉽게 사고팔면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감상가치와 소장가치, 사회적 유산가치가 공존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장기적 시각이 중요하다. 재테크나 투자의 대상으로서 미술품을 생각한다면 사회적 가치로서의 미술품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안목이 절실하다.


자신이 투자하는 재화 속에는 사회적 감성과 문화유산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미술품의 가격은 개인이나 작전에 의해 완전히 조성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구조에 부합하고 문화유산으로 남겨져 후세에 무한한 정보와 과거의 역사나 상황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적당한 시간의 경과란 사회구조의 변화이며, 정신문화의 새로운 가치판단 과정이다. 이것이 미술품이 사회에 존재하여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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