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1세기컨설팅의 겁나는 사업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8.10.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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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21세기컨설팅의 겁나는 사업


21세기컨설팅이라는 업체를 추적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동료기자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솔깃한 부동산투자 권유가 이어졌다. 막대한 수익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과연 그런 수익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의구심이 생겼다.

진실을 파헤쳐보는 것은 기자로서의 본능이다. 그 본능을 더욱 자극한 것은 21세기컨설팅의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였다. 지금까지 접해본 일반적인 업체들과 전혀 달랐다. 기사에 21세기컨설팅이란 회사 이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도 아닌데 정정과 반박을 요구하는 태세가 기자가 보기엔 '오버'하는 것 같았다. '감출 게 정말 많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 회사의 뚜껑을 좀 더 열어봤다.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수많은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체불된 임금을 돌려달라는 직원들의 눈물이 보였다.

21세기컨설팅은 3.3㎡당 1만~2만원짜리 땅을 매입하면서 개발비용을 명분으로 10만원이 넘는 돈을 받고 투자금을 끌어 모았다. 그런데 그 많은 투자금은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파악되지 않았다. 수천억원대의 돈이 말이다.



이 회사의 가장 불투명한 부분은 그렇게 끌어 모은 투자금의 용처다. 21세기컨설팅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재무제표에는 투자금과 회사운용계정의 구분이 없다. 작은 동호회를 만들어도 동호회용 통장을 따로 만들고 때가 되면 중간결산을 해서 보고를 하는 것에 비하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21세기컨설팅은 그래도 아직 목마르다고 한다. 더 많은 투자자들을 모집해야 하는데 영업이 힘들다고 한다. 벌써 수천명이 투자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사수신이나 다단계가 무서운 것은 새로운 희생양을 언제나 찾아 헤맨다는 점이다. 약속한 시점에 투자금과 수익을 챙겨주지 못하면 또 다른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돌려막기를 해서라도 연명하려는 속성이다.


한단계 더 나아가면 투자자들마저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거드는 한편이 되기 일쑤다. 투자자들은 자기 돈을 되찾으려면 먼저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같은 배를 타게 된다. 그러나 부실이 눈덩이가 돼 불기 시작하면 누구도 그 파국을 막을 수 없게 된다.

21세기컨설팅측은 유사수신행위도 아니고, 아무 문제도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기자는 이 회사가 '모두가 망하는 게임'으로 결국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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