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인수 왜 반대-신용경색 여파로 인수후 유동성 불투명
신용경색 해법은-돈돌릴 곳 일본뿐 사무라이본드 발행 고려해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지난 5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세계경제에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당시 기사보기 당시 그는 "미국의 많은 금융기관이 지금까지 나타난 위기보다 더 큰 공포에 직면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너무 비관적인 예측으로 비쳐졌으나 불과 4개월 후 현실화됐다.
지금까지 일본을 제외한 세계경제가 거대한 거품 속에 있었는데 그게 해소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위기의 1파가 온 것이라고 본다. 2파, 3파 등 위기는 계속 밀려올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번 문제가 금융부문만의 문제가 아니고, 실물경제로 번져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충격이 아시아권 국가들로 퍼질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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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장이 먼저 깨졌기 때문에 아시아국가 중 어디선가도 분명 터질 것이다. 중국도 아주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미국의 실물경제가 망가지면서 중국의 수출도 바로 타격을 볼 수 있다. 다음 타깃은 금융회사가 아니라 실물경제에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 (그는 비금융 회사가 다음 희생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상 기업군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리먼의 파산보호 신청 등으로 서브프라임발 경제위기가 거의 바닥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절대 바닥이라고 볼 수 없다. 우선 실물경제에서 나타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경우에 따라 시작일 수도 있다.
―최근 산업은행이 리먼 인수를 추진했을 때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리먼 인수에 반대한 것은 인수 후 유동성 문제 때문이었다. 신용경색이 불거지면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일본의 야마이치증권이 이미 보여준 사례다. 리먼의 경우 (당장의) 인수자금보다 신용경색 여파로 인수 후 유동성이 불투명했다. 우리나라는 투자은행(IB)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금융에는 왕도가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나 일본의 금융기관보다 미국 IB가 훨씬 (경영을)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FRB가 결국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신용경색이 문제다. 이미 일본도 겪은 것이다. 신용경색이 나타나면 돈이 있어도 돈을 풀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일시적인 달러강세도 미국의 경제여건이 좋아져 나타난 것이 아니다. 미국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에서, 매우 비관적인 심리에서 시장이 달러 확보 경쟁에 나선 것이다.
신용경색은 아주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 엔화는 강해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신용경색이 나타난다면 돈을 돌릴 수 있는 곳은 일본뿐이다. 일본의 3대 메가뱅크의 경우 경영이 매우 건전해 위기 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돈을 돌릴 수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용경색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신용경색은 뇌경색같이 무서운 현상이다. 어느 기업이라도 한번 소문이 나면 주가가 먼저 빠지고 아무도 돈을 안 빌려준다. 국내에서도 최근 일부 기업이 힌트를 줬다. 대단히 불안한 상황이므로 통화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이 사장은 정부가 앞으로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경제사를 되짚어보면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따른 어려움이 더 많았다는 점을 한 이유로 들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미국의 버블 붕괴 과정을 조금 더 늦추는 역할을 했다고 보는 그는 일본의 버블 붕괴 초기 과정과 미국의 대공황 초기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었음을 주목한다. 디플레이션의 경우 처방할 수 있는 약이 없다는 것이 그의 우려다.)
―원자재 가격도 예상대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과잉유동성 상태에서 미국 금융시장을 떠나 피난처를 찾던 자금이 일부 원자재시장으로 흘러들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그러나 가격이 더 오르지 않고 급락세로 돌아선 것은 이같은 원자재시장에 대한 투자여력이 금융시장 붕괴로 증발했기 때문이다. 돈이 공중으로 사라진 셈이다.
―캠코는 당초 미국 부실채권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그 시기는.
▶미국시장 진출시기는 (최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같다. 위기의 배경을 잘 봐야 한다.
―메가뱅크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보는가.
▶메가뱅크의 필요성은 수차례 말했다. 메가뱅크는 위기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위기에 대비하면서 국제시장에서 파이낸싱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은행을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