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패닉 "현대·기아차엔 위기이자 기회"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9.1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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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수출에 부정적 요인, 소형차 경쟁력 확보엔 유리"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고 메릴린치가 합병되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괴력으로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시장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현대·기아차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6일 "전체적으로 미국 내 자동차 내수 시장이 악화돼 현대기아차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소위 밸류카(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차)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어 현대·기아차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약세로 가다 보면 현대·기아차의 판매증가율은 둔화될 수 있어도 시장점유율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과거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 자동차 내부 판매는 타격을 받아 현대·기아차로서는 이번 사태가 부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며 "더욱이 노사 임단협 타결이 지연되면서 미국 시장 불확실성과 함께 수출에 부정적 요인이 겹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일시적 영향을 받더라도 필수 소비적인 측면이 있어 결국 소비는 다시 일어날 것"이라며 "특히 고유가와 자산 가격 하락 등이 소형차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경쟁력 있는 현대·기아차는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그는 "악재에도 시장점유율을 늘려가는 업체는 나오기 마련인데 이 기회를 잡기 위한 방법은 노사협조를 통해 원활한 생산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최대식 CJ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괜찮지만 글로벌 신용경색이 이어진다면 판매 위축상태 역시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남들 다 죽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일 뿐이지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 측은 이날 "리먼사태가 미국자동차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현재는 이번 사태의 상황과 파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으며 확인 작업 후 전략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하고 메릴린치가 합병된 '피의 일요일' 이후 첫 거래일인 15일(현지시간)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규모인 6000억달러(660조원)의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날아갔다.



이날 다우지수는 하루 동안 504포인트(4.42%) 폭락, 1만917.51로 마감했다. 9.11테러 발생 후 증시가 폐쇄됐다 1주일만에 재개장한 2001년 9월 17일 684.81포인트 떨어진 이후 최대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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