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기업이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린다. 부채비율이 500%를 넘고 업황이 악화돼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충당하기도 어렵다. 차입에 의존한 M&A를 공격적으로 했다. 계열사가 1차부도를 낸 전력도 있다. 곧 파산절차나 채권단 워크아웃 과정에 넣어야할 기업인가, 체질만 개선하면 되는 기업인가.
1번 답은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 환자다. 미국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이 쓴 '블링크'(Blink)에 나오는 훌륭한 판단사례다. 90년대말 미국 시카고 인근의 '쿡카운티'라는 공공병원에서는 통찰력 높은 한 신임 병원장의 주도 아래 시설ㆍ진료인력 등 모든 것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병원으로 밀려드는 심장발작 의심환자 중에서 수술ㆍ비수술 여부를 정확히 가리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이 병원은 2년에 걸친 분석과 실험을 통해 수술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핵심 변수를 찾았다. 가슴 통증 여부, 심전도, 폐에 물이 찼는지 여부, 수축기 혈압 등이 그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의료기술이 더 발달했을 것이므로 더 나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2번이나 3번에 기술한 정보로는 그 회사나 국가가 곧 '부도' 운명을 맞는다고 판단할 것이 못된다. 생사를 가르는 핵심은 '유동성'이다. 지표화하면 최소 1년 안에 돌아오는 채무원리금이나 상환할 현금유동성이 있으면 생존에는 지장이 없다. 물론 현금흐름과 재무상태가 안좋은 것은 장래의 부도확률을 높이므로 구조조정을 해서 건강체질로 바꿀 필요는 있다.
우리나라가 97년말 IMF사태로 가는 환란을 부른 핵심은 딱 하나다. 바로 1년내 갚아줘야할 단기외채에 비해 국가 유동성인 외환보유액이 턱없이 부족했던 탓이다. 우리가 이 조건만 잘 지켰으면 비록 경제가 어렵기는 했어도 IMF 치하에서 살인적 고금리ㆍ경기침체를 감수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당시 외환보유액이 단기 빚에 비해 많았던 말레이시아는 IMF체제로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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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위험한 기업은 영업을 잘 못하는 기업이 아니고 유동성 관리를 잘 못하는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