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에 밀려 '퍼주기 임금협상'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08.09.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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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나은 GM대우 보다 기본급·성과급 많아… '현대차 따라하기' 지적

적자에 허덕이다 이제 막 간신히 활로를 모색 중인 기아자동차 (105,600원 ▲2,100 +2.03%)가 임단협을 서둘러 마무리하기 위해 노조에 지나치게 많이 양보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기아차에 따르면 노사는 이날 새벽 △기본급 8만5000원 인상(5.6%, 호봉승급분 포함) △생계비 부족분 300%, 격려금 300만원 지급 △상여금 지급률 50% 인상(700→750%) △정년 1년 연장(58→59세) 등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기아차 노사의 이번 잠정합의안은 얼마 전 노조 찬반투표 결과 부결된 현대차 잠정합의안과 거의 유사하다.

기본급 인상액과 인상률, 성과급 및 격려금 등은 현대차 노사가 잠정합의 했던 내용과 완벽히 일치한다. 상여금 지급률 50% 인상, 정년(58세) 1년 연장 등은 지난해 현대차 단체협상 내용을 그대로 답습했다.



기아차 노사가 자신들의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현대차의 노사협상' 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인상이 짙다.

여기에는 "형제격인 현대차 노조에 스타일을 구길 수 없다"는 기아차 노조의 자존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협상 과정에서 소하리 공장 주변 노조 현수막에는 '현대차 수준의 임금을 받아내자'라는 취지의 선동적 문구가 곳곳에 적혀 있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아차 노조가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현대차 노조 따라잡기'에 골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6년 이후 기아차는 1252억원, 554억원의 연간 영업손실로 위기설에 시달려야 했다. 올 상반기 21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간신히 숨통이 트였다고는 하나 막상 이익 내용을 따져보면 환율상승의 덕을 본 것이어서 기아차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섰다고 보긴 어렵다.

경쟁사인 GM대우의 예를 봐도 기아차 노사의 합의안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GM대우 노사는 △기본급 8만4000원 인상 △성과급 통상임금 200% 지급 △사업목표 달성 격려금 230만원 지급 등을 내용으로 한 올해 임금협상을 완결했다.



기아차는 GM대우보다 기본급이 1000원 많고 성과급은 100% 많다. 격려금도 70만원 많다. 여기에 상여금 지급률도 올리고 정년을 연장했으며 주간연속2교대제도 내년 9월 시행으로 못 박았다.

지난해 GM대우는 12조5136억원의 매출과 4751억원 영업이익, 542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실적으로만 보면 기아차는 GM대우보다 몇 수 아래인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건전한 경쟁과 여기에서 발생하는 시너지는 별로 없어 보이는 반면 '노조 이기주의'만 부풀어 오른다는 비아냥이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 노조 때문에 피해를 보는 곳은 해당 기업 뿐만이 아니다"라며 "각자 현실에 맞게 노사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데 기아차 노사가 비현실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바람에 경쟁사 노조를 자극하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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