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무분규·합의안 타결' 모두 물거품

이진우·김지산 기자 2008.09.0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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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노노갈등' 찬반투표 부결… 추석전 타결도 가물가물

현대자동차의 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극심한 '노노갈등' 속에 결국 부결됐다.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에 실패한 데 이어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마저 잠정합의안이 거부되자 노사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250,500원 ▲4,500 +1.83%) 노사의 임금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것은 2001년과 2002년 연속으로 부결된 이후 6년만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에 따라 조만간 재협상을 통해 새로운 잠정합의안을 다시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노조 내부의 계파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데다 사측에서도 추가로 양보할 수 있는 여지가 적어 노사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안팎에선 추석 전 타결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분규 실패 이어 잠정합의안도 날아가= 총 4만4976명의 조합원 중 4만2886(투표율 95.35%)만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찬성표는 1만6034명으로 찬성률이 37.39%에 그쳤다. 반면 무려 61.21%인 2만625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앞서 임단협이 부결된 바 있는 2001년 임단협과 2002년 임협 때의 1차 투표 찬성률은 각각 45.66%와 49.5%였다. 이번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컸음을 의미한다.

이번 합의안 부결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극심한 노조 내부의 계파갈등 속에 반대여론이 확산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걸었는데 결과를 보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잠정합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노조측과 재협상을 벌여야 하지만 더 이상 진전된 새로운 양보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다시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재협상에 나서더라도 현 집행부와 반대계파 간 갈등이 계속 이어지면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노갈등' 결국 발목 잡아= 이번 잠정합의안 부결의 가장 원인은 노조 내 계파간 선명성 경쟁이다. 노조 이기주의를 떠나 주도권 다툼, 대권(노조 지부장) 쟁탈 등 정치판에서나 벌어질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안팎의 비난이 고조될 전망이다.

현대차 내부에선 찬반투표에 앞서 이미 윤해모 지부장을 포함한 현 노조 집행부에 반발하는 노조원들의 반대운동으로 찬반투표에서 부결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같은 전망은 내년 9월로 다가온 현 집행부의 임기 만료 시점과 맞물려 차기 위원장 자리를 노리는 계파들의 선명성 경쟁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부각됐다.



한 현대차 노조원은 "25차례에 걸친 노사합의 끝에 마련한 잠정합의안의 내용이 구미에 맞지 않는다며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집행부 판단을 부정하는 것은 같은 노조끼리도 볼 성 사나운 행위"라고 비난했다.

계파간 소모적 선명성 경쟁은 지난달 19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기 직전 일부 대의원들이 노조 집행부의 협상장 입장을 막아서면서부터 본격화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 파업이 밥 먹듯이 빈번했던 것은 계파간 선명성 경쟁에서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역대 집행부의 눈치 보기 때문인 이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계파 지도부 몇몇의 자리싸움에 대다수의 노조원들이 볼모로 전락하고 소모적 파업과 지리한 노사협상으로 현대차 노사 전체가 피해를 입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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