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투자금, 뭐 했길래 돌려주지 못하나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8.09.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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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21세기컨설팅 의문의 부동산개발 사업

21세기컨설팅(대표 양화석)이 제안한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투자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투자금을 되돌려 받으려면 소송까지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모씨는 지난 2000년 21세기컨설팅이 진행하는 강원도 정선군 사업에 5000만원을, 2001년에는 강릉시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9000만원을 투자했다.
수천억 투자금, 뭐 했길래 돌려주지 못하나


당시 계약은 2~3년 정도의 사업기간이 끝나면 개발된 땅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해 주거나 상업용지로 환지받아 준다는 것이었다. 사업기간 내에 완료하지 못할 경우 연 1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 준다는 추가사항도 있었다.



당시 전씨는 계약조건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 흔쾌히 투자에 동의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해당 개발사업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또 사업기간 만료시점인 2003년이 지나도 사업은 지지부진했고 지연손해금도 받지 못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투자금 반환 및 지연배상을 요구하고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했는데도 21세기컨설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전씨는 법원에 호소하는 길을 택했다. 법원은 지난 2월 전씨의 손을 들어줬고 지연손해금까지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1세기컨설팅은 판결이 난 지 6개월이 지나도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전씨는 결국 21세기컨설팅 사무실 집기에 압류딱지를 붙였다. 강제집행을 해서라도 받아내겠다는 것이 전씨의 각오다.


투자를 한 지 8년이나 지났는데도 전씨는 투자금 회수는 커녕 끝없는 싸움에 허리가 휘고 있다.

21세기컨설팅은 개인들로부터 수천만~수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부동산개발업을 하는 회사다. 보통 3년 정도의 사업기간을 잡고 이 기간 동안 매년 20% 정도의 수익을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사업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사업이 완료되지 않으면 지연에 따른 비용을 주겠다는 약속도 한다.



그러나 21세기컨설팅이 약속한 수익을 제대로 받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투자 원금을 되받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 뜬 눈으로 밤새는 투자자들

많은 투자자들은 수년 동안 투자자금을 되돌려 받지 못한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는 상황이다.



21세기컨설팅에 투자했던 한 투자자는 "4개월 전에 양화석 대표와 면담했고 관련 서류를 가져오면 투자금을 환불하겠다고 약속을 받았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회사 영업이 예년의 30%도 안된다느니 횡성땅 회사보유분 59만4000㎡(18만평)를 매각하려고 한다느니 하면서 10월쯤에나 어떨지 알려주겠다고 했다"고 말하며 분개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없는 형편에 남편이 총각 때부터 부은 적금을 타서 아주버님 친구가 직원으로 있는 21세기컨설팅에 원금과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1년간 투자를 했다"며 "그 계약은 6월 말로 끝났는데 그 후 3개월째 기다려달라는 답밖에 얻지 못했고 아주버님은 6개월째 돈을 못 돌려받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투자자는 또 "아직 허가도 안 난 울진 땅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며 "사람만 믿고 투자한 우리 남편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21세기컨설팅이 투자는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되돌려주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제기하는 투자금 반환소송도 적지 않다.

지난해 21세기컨설팅이 소송을 당한 투자금반환소송은 6건에 총 소송금액은 3억500만원이었다.

◆ 유치한 돈 수천억원대



21세기컨설팅은 자사뿐 아니라 각 사업지별로 별도의 관계사를 설립, 다수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수천억원대의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금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에게 다시 되돌아간 돈은 극히 미미하다.

21세기컨설팅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난해 1년 동안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끌어 모은 투자자금은 249억여원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총 449억여원의 투자자금을 모았다. 반면 빠져나간 투자금은 14억여원.

21세기컨설팅에서 평창, 울진, 횡성 등지의 개발 사업을 위해 설립한 21세기티엔디의 경우에도 지난해까지 609억여원의 투자자금을 모집했다.



제주도 한림읍 금악리 관광지 조성사업을 위해 설립한 ㈜관광개발제주21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투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20억여원 수준이다.

강원도 정선에서의 사업을 위해 설립한 ㈜함백종합레저타운는 지난해 모집한 투자금이 279억여원이었으며 되돌려준 투자금은 19억여원 수준이다.

함백종합레저타운은 지난해 말까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총 670억여원을 끌어모았다.



보통 개인별로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의 투자를 한다고 보면 21세기컨설팅이 벌이는 사업에 적어도 수천명의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들 회사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신한회계법인과 대주회계법인은 "감사범위의 제한 때문에 투자자금에 대한 조회확인을 하지 못했다"고 밝혀 끌어 모은 투자금은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 21세기컨설팅이 설립한 특수관계회사는 ㈜에프티피에셋컴퍼니, 골든라이프타운㈜, 21세기프로젝트㈜, ㈜강릉온천, ㈜관광개발단양21, 생명환경과학기술㈜, 한국부동산시장㈜ 등이 더 있다.



◆ 회사측 "투자금 안돌려줘도 돼" 발뺌

지금까지 수천억원의 자금을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21세기컨설팅은 오히려 투자자금을 되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장인석 21세기컨설팅 부장은 "계약서상에 상법상 익명조합의 규정에 준용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투자금을 돌려줄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장 부장은 "회사가 개발사업에 성실히 임한다 하더라도 자치단체의 규제 변동에 따라 사업이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해당 사업이 완결되기 전까지는 투자자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아직까지 개발이 완결된 사업장이 없으므로 투자금을 반환할 의무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장인석 부장은 "그럼에도 고객의 집안사정이나 외국이민 등 사유가 있으면 사장 면담을 통해 투자금을 돌려주고 있다"며 "다만 올해는 자금사정이 안 좋아 반환하는 것을 조금 미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를 전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금은커녕 당초 회사측이 약속한 연수익률이나 지연배상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투자자들이 계약할 때에는 21세기컨설팅측에서 3년 안에 사업이 끝난다고 공언했고 3년 이후에도 사업이 완결되지 못하면 지연손해금을 지급한다고 약속했었다.

한 투자자는 "21세기컨설팅에서는 사장 면담을 한 후에야 투자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한다"며 "하지만 양화석 대표는 이번 주에도 싱가포르 출장이라며 자리를 비웠고 만나기도 쉽지 않으며 만난다고 해서 바로 돌려주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전모씨처럼 계약 후 3년이 훨씬 지난 후에도 법정소송을 통해 투자금을 돌려받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1세기티엔디의 2007회계연도의 회계감사를 했던 대주회계법인은 "21세기티엔디는 개인투자자로부터의 차입금에 대해 금전소비대차계약서상 20%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약정돼 있다"며 "그러나 2007년, 2006년 및 2005년에 미지급 이자비용 각각 22억여원, 7억5000여만원, 3억3000여만원을(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 많은 투자금은 어디에?



재무제표상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세기컨설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500여만원에 불과하다.

21세기컨설팅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끌어온 449억여원 및 특수관계사들로부터 무상 대여받은 353억원이 있는데 이 많은 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였는지는 재무제표를 통해서는 알 수 없다. 대차대조표상에서는 무려 602억여원이 결손금으로 처리돼 있다.

지난 한해 동안 이 회사의 주된 사업인 부동산개발을 위한 공사대금으로 들어간 돈은 55억여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 회사는 부채가 자산을 현저히 초과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에서도 기업 존속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1세기컨설팅과 함백종합레저타운에 대해 회계감사를 실시한 신한회계법인측은 이들 회사에 대해 "지속적인 손실로 인해 자본잠식상태로서 부채총액이 자산총액을 초과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당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1세기컨설팅은 직원들에 대한 임금체불도 적지 않다.



서울지방노동청에 따르면 9월4일 현재 강남지청에 접수된 21세기컨설팅의 임금체불에 대한 진정건수는 50여건이다. 이 가운데 가장 긴 체불기간은 6개월이나 된다는 것이 강남지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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